(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심각한 내홍을 겪은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은 논란을 부른 김사니(40) 전 감독대행의 사의를 받아들였고, 신임 사령탑으로 베테랑 지도자 김호철(66) 감독을 선임했다.
윤종원 구단주(기업은행장)도 사과했다.
이제 남은 건, 세터 조송화(28)의 징계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0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사무국 회의실에서 '조송화 상벌위원회'를 연다.
애초 KOVO는 2일 상벌위를 열 예정이었지만, 조송화 측이 "소명자료를 만들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일정을 미뤘다.
상벌위가 '조송화 처벌의 근거'를 찾지 못해 중징계하지 못하면, 기업은행은 구단 자체 징계의 근거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
기업은행은 8일 "구단은 상벌위의 징계 결과와 관계없이 조송화 선수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구단 관계자는 "일단 상벌위 결정을 확인한 뒤에 구단 자체 징계 등을 확정할 것"이라며 "확실한 건, 조송화 선수가 팀에 복귀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기업은행은 두 차례 팀을 무단으로 이탈한 조송화를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의 권고로 KOVO가 9월 16일 임의해지 관련 규정을 개정하며 가장 중요한 문서로 지정한 '선수의 임의해지 신청서'를 받지 못했다.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되는 순간부터, 해당 선수는 월급을 받을 수 없다.
조송화는 임의해지 신청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조송화와 갈등이 빚어지자, 선수 계약서 26조 2항 '당사자는 본 계약에 관한 분쟁에 관하여 연맹 제 규정에 따라 상벌위원회에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KOVO에 '조송화 상벌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조송화 상벌위'는 향후 구단과 선수 사이에 분쟁이 생길 경우 판례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래서 KOVO는 더 조심스럽다.
관건은 '귀책 사유'를 어디에 두느냐와 KOVO 상벌위가 어느 정도 수준의 징계를 내릴 수 있느냐다.
선수 계약서 23조 '계약의 해지' 조항은 '구단의 귀책 사유로 본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는 잔여 연봉 전액을 지급하고, 선수의 귀책 사유로 본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 해지일 전 최종 연봉 지급일 다음 날부터 계약 해지일까지의 일수에 연봉의 365분의 1을 곱한 금액만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조송화는 2020-2021시즌을 앞두고 기업은행과 3년 계약을 했다.
상벌위가 '귀책 사유'를 구단에서 찾으면 기업은행은 '실제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조송화에게 2021-2022시즌 잔여 연봉과 2022-2023시즌 연봉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조송화의 무단이탈을 계약 해지 사유로 본다면 조송화는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한다.
기업은행과 조송화가 잔여 연봉 지급 여부를 두고, 법정에서 다투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조송화와 함께 팀을 이탈했다가 복귀해 감독대행으로 3경기를 치른 김사니 전 감독대행은 8일 사직서가 수리되면서 '완전히' 팀을 떠났다.
이미 단장을 교체한 기업은행 배구단은 사무국장도 새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김호철 감독이 16일 격리에서 해제하면 '감독대행 체제'도 끝난다.
윤종원 구단주는 "이번 사태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선수단 내 불화와 팀 이탈, 임시 감독대행 선임 등의 과정에서 미숙하고 사려 깊지 못한 구단 운영으로 팬들의 실망을 야기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제 가장 어려운 일이 남았다.
기업은행 구단은 '조송화와의 결별'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10일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결별의 과정이 더 험난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