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전북 현대 김상식(45) 감독은 지난 5일 팀을 2021시즌 우승으로 이끈 뒤 기자회견에서 박지성(40) 전북 어드바이저(위원)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김 감독은 "박지성 위원, 구단과 힘을 합쳐서 (전북을)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발전시키는 게 주어진 숙제"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10년 동안 전북을 이끌어갈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면서 "박지성 위원, 구단과 잘 상의해 내년 준비 잘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오래 선수와 코치로 일한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사령탑에 올랐다.
이어 한 달 뒤 전북은 한국 축구 최고 레전드 중 하나인 박 위원을 '조언자'로 영입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선진 리그를 경험한 박 위원은 유소년 시스템 개선, 선수 영입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김 감독은 전북에서 선수와 코치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러나 박 위원이 김 감독보다 명성과 경력에서 많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같은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는 법이다. 박 위원의 존재가 김 감독에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 위원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공존하고 있다.
박 위원은 지난 3월 미드필더 백승호를 영입할 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에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전북 유니폼을 입은 백승호는 후반기 맹활약하며 전북 우승에 일조했다.
김 감독이 전북의 현재를 관리한다면, 박 위원은 전북의 미래를 그린다.
박 위원의 업무 초점은 주로 유소년 시스템 개선에 맞춰져 있다.
구단에 따르면 영국에서 받는 지도자 교육 등 때문에 비상근으로 일하는 박 위원은 전북을 방문하면 완주 봉동 클럽하우스에서 지내며 유소년 훈련을 꼼꼼히 챙긴다고 한다.
박 위원은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있으면 꼬치꼬치 묻고 개선점을 제시한다. 때로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유소년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리그 차원의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박 위원이 합류하면서 유소년팀 업무량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한 프런트는 "명석한 시어머니를 둔 기분"이라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에게 직접 쓴소리도 한다.
최근 영생고 훈련을 지켜보던 박 위원은 퀸스파크 레인저스(QPR) 유소년팀보다 개인 훈련을 덜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 최종 38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전북 현대 선수들이 김상식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21.12.5 [email protected]
영생중, 영생고 선수들은 박 위원의 조언을 통해 세상은 넓고 경쟁자는 많다는 것을, 따라서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이지만, 박 위원이 하면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질 터다.
전북이 준비하는 'B팀'은 박 위원과 김 감독의 업무 영역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전북은 '전북B'를 구성해 다음 시즌부터 세미프로인 K4리그(4부 리그)에 합류시킬 예정이다.
전북B는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돼 '육성군' 역할을 하게 된다.
전북은 주전 선수들의 나이가 많아 세대교체를 진행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박 위원이 전북B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가 누구인지 김 감독에게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박 위원이 하루아침에, 1~2년 안에 성과가 나타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유소년부터 프로까지 총괄적인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박 감독이 클럽하우스를 찾아서 응원의 메시지를 주는 게 팀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