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한 야시엘 푸이그는 10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SNS에 게재한 뒤 한국 무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야시엘 푸이그 SNS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야시엘 푸이그(31·키움 히어로즈)가 한국 무대를 밟는다.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휘젓던 그 선수다.
키움은 9일 푸이그와 1년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푸이그는 내년 2월 입국해 KBO리그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푸이그는 한국 무대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0일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뒤 "난 이미 한국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한국 팬들이 나를 알고 있다니 믿을 수 없다"며 썼다.
기대만큼 우려의 시선도 많다. 푸이그는 MLB 구단들이 두 손, 두발을 모두 든 '악동 중의 악동'이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소속 시절 독단적인 플레이와 천방지축 같은 행동으로 동료들과 불화설이 끊이질 않았다.
뛰어난 기량과 젊은 나이에도 MLB 구단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다.
미국 구단도 통제하지 못했던 푸이그를 키움 구단이 길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KBO리그 구단들은 좋은 실력을 갖추고도 인성 문제로 MLB 무대를 밟지 못한 외국인 선수들을 선발한 적이 많았다.
일종의 리스크를 안고 도박을 한 셈이다.
대표적인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가 뽑은 펠릭스 호세다. 호세는 넘치는 에너지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2001년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배영수(현 두산 코치)에게 돌진해 주먹을 날린 일은 두고두고 회자한다.
1999년 대구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7차전에선 자신을 향해 오물을 던진 관중을 향해 방망이를 투척하기도 했다.
호세는 그라운드의 무법자였지만, 롯데 팬들에겐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 삼성,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틸슨 브리또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SK 소속이던 2004년 삼성과 경기 도중 상대 팀 외국인 투수 케빈 호지스가 계속 위협구를 던지자 이닝 교체 시간에 방망이를 들고 원정 더그아웃으로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브리또는 이 사건으로 2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었지만, 브리또는 2005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잔류해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한화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뛰었던 강속구 투수 에스밀 로저스도 독특한 선수였다.
그는 2015년 한화에 입단한 뒤 엄청난 구위와 제구력으로 KBO리그를 평정했다.
그러나 평상시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흐렸다.
경기를 앞두고 다른 타자들 틈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김성근 당시 한화 감독은 로저스를 다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가 폭발하기도 했다.
로저스는 경기 중 감정을 못 이겨내며 더그아웃에서 돌발행동을 했고, 이를 본 김성근 감독이 더는 참지 못하고 로저스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로저스는 2016년까지 뛰다가 퇴출당했고, 2018년 넥센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돌아왔지만 한 시즌 만에 작별했다.
2015년 한화에서 뛴 나이저 모건도 악동이었다. 그는 MLB에서 관중에게 공을 던지는 등 많은 기행을 저지르며 미국에서 쫓겨났다.
한화는 리스트를 감내하고 모건을 영입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팀에 융화하지 못하고 10경기 만에 짐을 쌌다.
모건은 경기 중 주루플레이 실수로 아웃된 뒤 더그아웃에서 중계카메라를 향해 장난을 치다가 김성근 전 감독으로부터 크게 혼나기도 했다.
'악동' 외국인 선수들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리그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많은 화제와 관심을 끌어내며 프로야구의 인기를 이끈다.
푸이그의 KBO리그 합류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