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올여름 프로축구 K리그 '초대형 이적'의 주인공인 송민규(22)가 전북 현대의 '녹색 피'에 스며들고 있다.
송민규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23분 0-0 균형을 깨뜨리는 선제골로 3-2 승리의 신호탄을 쐈다.
이번 시즌을 통틀어 송민규의 9호 골, 전북에선 두 번째 골이었다.
우승 경쟁에서 전북의 우위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한 골인데다, 다사다난한 2021년을 보내는 송민규에게 특히 의미가 큰 한 방이었다.
포항 스틸러스 소속으로 지난해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받고 올해도 여름까지 7골을 터뜨리며 에이스로 맹활약하던 송민규는 시즌 중간이던 7월 말 전북 선수가 됐다.
하필이면 포항의 주축 선수가 그간 여럿 건너간 전북으로 갑작스럽게 옮기면서 이적 과정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오고 포항 팬들의 반발도 거셌다.
전해진 이적료가 20억 원대에 달할 정도로 전북의 기대가 컸는데, 이적 뒤엔 그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에 마음고생이 적잖았다.
9월 21일 광주FC를 상대로 이적 첫 골을 신고하고선 눈시울을 붉힐 정도였다.
이후 리그에서 도움 2개를 추가한 그는 이번엔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처음으로 골문을 열었다.
전북은 선두 다툼을 이어 온 울산과의 이번 시즌 앞선 대결에서 2무 2패로 밀렸는데, 질 때는 모두 선제골을 내준 게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김상식 감독이 경기 전부터 선제골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송민규가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리그 5연패로 가는 길을 닦았다.
송민규는 "전북에 와서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승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코로나 시대'인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K리그 경기 중 가장 많은 1만1천383명이 모여든 전주성에서 송민규가 골을 넣은 뒤 펼친 '산책 세리머니'는 올 시즌 명장면의 하나로 꼽힐 만했다.
그는 "상황을 이렇게 만들기도 힘든데, 위드 코로나로 바뀌고 많은 분이 오실 수 있게 된 가운데 좋은 경기를 했다"면서 "팬들께 올 시즌 홈에서 골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좋은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서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송민규가 전북의 일원이 된 이후 가장 크게 느끼는 건 4년 연속 리그 패권을 지키는 '우승 DNA'다.
"울산에 올해 승리가 없었는데도 선수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끝에는 우리가 웃는다'는 확신이 있더라"고 팀 분위기를 전한 송민규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 팀에서 이런 생각으로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직접 발판을 놓은 울산전 승리로 송민규의 프로 첫 우승 가능성도 커진 가운데 최근엔 터키 페네르바체를 비롯한 유럽 클럽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외국 매체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송민규는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고 동기부여가 된다.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일이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적설로 힘든 건 하나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제게 첫 번째로 중요한 건 전북의 우승이라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팀에 누가 되지 않고, 우승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되고자 열심히 하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발탁되는 송민규는 좋은 기운 속에 오는 11일 아랍에미리트, 16일 이라크와의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을 준비한다.
그는 "좋은 경기와 결과를 보인 뒤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국민들이 지켜보시는 경기이고 월드컵에 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인 만큼 기회가 있으면 팀에 필요한 선수로 열심히 잘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