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레베카 라셈(24·IBK기업은행)의 통역 최혜림 씨는 최근 경기가 끝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5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페퍼저축은행과의 홈경기가 끝난 뒤에도 최혜림 씨는 울었고, 라셈이 다가가 최혜림 씨를 달랬다.
이날 라셈은 14점(공격 성공률 41.93%)의 준수한 성적을 냈고, 기업은행은 세트 스코어 3-0(25-20 25-20 25-11)으로 승리했다.
경기 뒤 만난 라셈은 "(통역 최혜림 씨와) 서로 '괜찮다'고만 말했다. 떠날 시간이 다가오니 감정이 격해지긴 한다"며 "너무 슬퍼할 수 있으니, 통역과 대화를 깊게 하지는 않는다. 서로 '울지 말자'고 말하는데,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혜림 씨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눈물이 많이 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라셈은 지난달 27일 퇴출 통보를 받았다.
기업은행 구단은 당시 "터키 리그에서 활약한 미국 출신 달리 산타나(26)와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퇴출 통보를 받은 뒤에도 라셈은 '12월 9일 GS칼텍스와의 장충 방문 경기'까지 뛰기로 구단과 약속했다.
의욕이 떨어질 수 있지만, 라셈은 11월 27일 GS칼텍스전 14점, 12월 2일 한국도로공사전 13점에 이어 12월 5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14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화성=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IBK기업은행 외국인 공격수 라셈(가운데)이 5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가 끝난 뒤, 통역 최혜림(왼쪽) 씨를 통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경기력 면에서는 아쉽지만, 떠나기 전까지 충실히 훈련하고 전력을 다해 경기하는 라셈의 인성에 기업은행 동료들과 구단은 깊은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이제 라셈에게는 단 한 경기만 남았다. 12월 9일 GS칼텍스전이 고별전이다.
라셈은 "내가 팀을 떠나야 한다는 걸 알게 된 후 '이제 매 경기가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12월 9일 경기만 생각한다. 출국 일정 등 그 뒤의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팀 동료들 덕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훈련하고, 경기한다. 팀을 떠나야 하는 건 아쉽지만, 한국에 온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고 멋진 추억을 쌓았다. 정신적으로 무장하는 데 도움도 됐다"며 "V리그는 매우 빠르고, 경쟁적이다. 내 배구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경험을 했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인 할머니를 둔 라셈은 밝은 성격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구단이 바라는 외국인 선수의 최고 덕목은 '기량'이다.
라셈은 기량을 더 쌓아 한국 무대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한다.
그는 "다시 한국에서 뛸 기회가 주어지면 기쁜 마음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