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무단이탈'로 논란을 부른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1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임순현 기자 =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무단이탈 논란을 빚은 세터 조송화(28)와의 선수계약을 해지했다.
IBK기업은행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송화에 대한 선수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IBK기업은행은 "상벌위원회의 징계 보류 결정과 관계없이 조송화의 행동이 선수계약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선수계약과 법령, 연맹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결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IBK기업은행이 사실상 마지막 카드인 선수계약 해지를 결정하면서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계약 해지의 귀책 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조송화의 2021-2022시즌 잔여 연봉 지급을 놓고 양측의 법적 다툼이 불가피해졌다.
조송화는 11월 13일과 16일 총 두 차례 팀을 이탈했고, 복귀하지 않았다.
조송화는 물론 김사니 코치까지 이탈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팀 내 불화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IBK기업은행은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 경질한 뒤 김사니 코치를 오히려 감독대행으로 임명해 논란을 자초했다.
조송화에겐 규정도 지키지 않고 일방적인 임의해지를 추진했다가 선수의 거부로 비웃음만 샀다.
헛발질만 거듭한 IBK기업은행은 한국배구연맹(KOVO)에 조송화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구단 스스로 사태 수습을 하지 못한 채 KOVO에 문제 해결을 떠넘긴 셈이다.
하지만 상벌위는 3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징계 결정 보류라는 애매한 판단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무단이탈'로 논란을 부른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10 [공동취재] [email protected]
IBK기업은행이 처음부터 선수계약 해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은 무단이탈이 계약 해지를 할 만한 징계 사유가 되는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부터 도입된 프로스포츠 선수 계약서(표준계약서)에 따르면 계약 해지를 할 만한 징계 사유로는 금지약물 복용, 폭행, 성폭력 등만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의 팀 이탈이 처음 불거졌을 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선수를 감싸는 대응을 했다.
조송화의 법률 대리인인 조인선 법무법인 YK 파트너 변호사는 상벌위에 참석해 "당시 조송화 선수는 본인의 건강과 선수 생명을 관리해야 하는 '부상' 상황이었다. 11월 18일 구단도 언론을 통해 '조송화가 무단으로 이탈하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훈련 참여를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무단으로 이탈했다'는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등 봉합에 급급했던 구단의 대응이 스스로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와의 결별을 위해 선택한 임의해지와 상벌위를 통한 징계가 연이어 무산되자 결국 최후 수단인 선수계약 해지를 꺼냈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구단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는 잔여 연봉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반대로 선수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면 조송화는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한다. 조송화의 올 시즌 연봉은 2억7천만원(연봉 2억5천만원, 옵션 2천만원)이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조송화가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구단의 계약 해지를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 해지의 귀책 사유를 놓고 양측이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 한편으론, 긴 법적 공방을 벌이는 대신 양측이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