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로축구 FC서울의 김기동 감독은 3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K리그1 10라운드 원정 경기에 22세 이하(U-22) 자원을 4명이나 포함하는 다소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공격수 강성진이나 측면 수비수 이태석은 기존에도 주축급으로 활약해왔으나 2003년생 미드필더 황도윤이나 수비수 박성훈은 리그 출전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었다.
골키퍼도 이번 시즌 리그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던 2001년생 백종범을 내세웠다.
지난 3경기에서 연패를 당한 서울은 특히 그 기간 실점이 10골이나 돼 수비 고민에 빠졌는데, '젊은 피' 중용은 실점을 줄이려는 김 감독의 선택이었다.
초반부터 탄탄한 수비벽을 세우고 상대에게 공격을 전개할 틈을 내주지 않는 데 치중한 서울은 전반 43분 김신진의 선제 결승 골로 앞서 나갔고, 후반 20분 기성용의 추가 골도 터지며 2-0 완승을 거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팀 아스널의 수비 영상까지 선수들에게 보여주며 준비했을 정도로 무실점에 신경 쓴 김 감독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김 감독은 "3연패에 몰린 상황에서 수비 약점이 드러나다 보니 그 부분을 단단히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린 선수들을 뛰게 해 에너지 있게 바꿔보고자 노력했는데, 그 부분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3연패 중에 U-22 선수 4명을 선발로 내보내는 감독이 있을까"라며 웃어 보인 김 감독은 "선수들이 보여준 훈련의 태도가 우선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훈련에 빠지지 않으면서, 제가 원하는 것을 잘 이행해주고, 부상 없이 해주는지 등을 판단해 선수들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제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따라와줬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런 경기에서 선수들이 뛰면서 발전하고 돌아보기도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야 팀에 경쟁력이 생긴다. 팀 전반에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의미를 뒀다.
이날 중원에서 14살 어린 황도윤과 호흡을 맞춘 주장 기성용은 "도윤이가 수비와 공격 모두 좋은 활약을 해줬다"면서 "팀에 부상자가 많아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고 있는데, 잘 살려서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발전했으면 좋겠다. 건강한 경쟁을 기대한다"며 미소 지었다.
기분 좋은 무실점과 함께 연패를 끊어낸 서울은 다음 달 4일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기세를 이어가려 한다.
김기동 감독은 "울산이 강팀이지만, 축구는 변수가 있는 경기라서 많은 관중이 환호하고 좋아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그런 것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오늘 같은 축구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전방에서부터 계속 압박하는 축구를 좋아한다"면서 "수비가 단단해지면 공격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홈 경기에선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패장인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서울이 내려서다 보니 선수들이 당황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저 정도로 내려선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점유율은 높였으나 생각지 못한 실점이 나오며 후반에 조급해졌고, 결정력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것 같다"고 곱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