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생애 첫 '가을 야구' 경기에서 '쓴맛'을 제대로 본 허삼영(49)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2차전에서 불펜 투수를 대거 투입하는 '총력전'을 예고했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PO 2차전을 앞두고 만난 허 감독은 선발 백정현의 교체 시점과 관련해 "정해두진 않았다. 상황에 맞게 두산 타자들의 타구 질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백정현이 초반에 분위기 뺏기지 않고 잘 던지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선발 백정현을 믿고 최대한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서 따라서는 예고한 원태인 뿐만 아니라 '좌타자 스페셜' 최채흥 등 불펜에서 대기하는 투수들을 총 투입한다는 각오다.
허 감독은 "무조건 두 번째를 원태인이라고 못을 박진 않을 것이다. 변수는 많다. 경기 진행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최채흥의 구위가 안정돼 있고 로케이션이 낮게 이뤄지고 있다. 중간에 백정현과 원태인, 최채흥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토종 에이스' 원태인에 대한 강한 믿음도 밝혔다.
허 감독은 "어제 우리가 리드를 길게 가져갔다면 좋았을 텐데 바로 실점해서 쫓는 느낌이었다"면서 "흐름을 뺏기지 않고 기세를 제압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원태인을 이기든 지든 불펜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또 1차전 9회초 2사 후에 등판해 4안타 2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오승환도 "특별히 몸에 이상은 없다"면서 상황에 따라서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1차전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과 '좌완 불펜' 마이크 몽고메리는 3차전을 대비해 아껴 두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타격에서는 두산의 승리조 투수들이 등판하기 전에 초반부터 기세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가장 좋은 전력은 두산의 불펜 에이스들이 나오기 전에 흐름을 주지 않는 것"이라며 "이영하와 홍건희가 나오는 시점을 차단하느냐가 키포인트다"고 말했다.
특히 팀 고참 선수인 강민호와 오재일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허 감독은 강민호의 타격 침체에 대해 "타격 밸런스는 한순간에 반등하기 쉽다. 마지막 타석에서 정타가 나왔다"며 "호세 피렐라와 구자욱, 강민호가 자기 스윙을 해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오재일에 대해서도 "어제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시프트에 걸렸다. 경기 끝나고 운을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직구 반응이 조금 늦지만, 문제는 아니다"며 기대했다.
대신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김상수는 수비 안정을 위해 선발 명단에 포함하면서 9번 타순에 놓았다.
허 감독은 "초반에 수비가 중요하다. 김상수의 타격감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수비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전에서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해주기를 주문했다.
허 감독은 "플레이오프도 하나의 경기인데 선수들이 조금 부담을 안고 뛰었다. 편안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잔상이 남았다"면서 "후회는 없다. 어제는 어제로 끝났다. 내일이 없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전이 열리는 10일 잠실구장은 저녁에 5도까지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강한 바람과 추위가 승패를 가를 변수다.
허 감독은 "체온 조절을 빠르게 하느냐, 워밍업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경기 중에는 선수 본인이 챙겨야 한다"면서 "두산도 같은 입장이다. 이겨내야 하는 것이 선수의 능력"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