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갈 곳을 잃은 선수들과 함께 꿈을 키워온 송진우(55) 감독이 현실의 높은 벽을 마주했다.
"구단에 고마운 일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도전을 멈춰야 하나…. 아쉽습니다."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가 해체 수순을 밟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송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열흘 전에 더는 구단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오늘 2021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 폐회식 및 시상식을 했다. 폐회식이 끝난 뒤, 짐을 쌌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창단한 스코어본은 1년 만에 해체를 결정했다.
구단 관계자는 "팀을 인수할 기업을 찾는 등 여러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했지만, 선수 모집 관련 일정이 취소되는 등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스코어본은 올해 2021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구단에 3명이 입단하는 성과도 냈다.
투수 윤산흠이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KBO리그에 데뷔했고, 외야수 권광민이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에 지명받았다.
투수 박정준은 올해 9월 삼성 라이온즈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송진우 감독은 "1년 동안 우리 코치진, 선수들과 즐겁게 훈련하고 경기했다. 기분 좋은 성과도 냈다"며 "선수들과 함께 자라는 기분이었다"고 스코어본과 함께 한 1년을 돌아봤다.
그는 "구단의 지원도 훌륭했다. 갈 곳 없는 선수들을 위해 독립야구단을 창단하고, 다른 구단에 비해 지원도 좋았다"며 "회비를 걷는 구단도 있는데 우리는 전액 면제였다. 다른 팀보다 많은 5명의 코치를 영입했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 시설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고 구단에 고마움도 전했다.
송 감독은 "모 기업(본아이티)이 금액적인 부분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 구단이 수익은 없고, 지출만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자체 다큐멘터리도 방영했는데, 이쪽에서도 이익을 얻지 못한 모양"이라고 구단의 결정도 이해했다.
하지만, 1년 동안 함께 한 코치들과 선수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커진다.
송 감독은 "내년에는 더 젊은 선수들과 더 열심히 할 계획이었다. 프로 육성군 수준의 팀을 만들고 싶었다"며 "고생한 코치(마정길, 최해명, 임익준, 이양기, 원창식)들이 또 직업을 잃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을 살리고자 애쓰고 있다.
송 감독은 "여기저기 문의해보고, 호소하고 있다"며 "그런데 너무 촉박해서 팀을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막막하다"고 했다.
송진우 감독은 KBO리그에서 210승을 거둔 '전설적인 투수'다. KBO리그에서 20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송진우 감독뿐이다.
210승 153패 103세이브 평균자책점 3.51의 화려한 기록을 쌓고 2009시즌 종료 뒤 은퇴한 송 감독은 한화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5시즌을 앞두고 팀을 떠나 1년 동안 해설자로 일했다.
2017년 3월까지 한국 야구대표팀 코치로 뛰다 잠시 휴식을 취했던 송진우 감독은 2018시즌 다시 한화로 돌아왔지만, 2020시즌이 끝난 뒤 팀을 떠났다.
2021년 경기도 독립리그단에 합류한 스코어본의 사령탑 제의를 받은 송 감독은 독립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1년 만에 거스르기 어려운 '구단 해체의 벽'에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