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태군(32·삼성 라이온즈)은 2019년 8월 1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를 잊지 못한다.
당시 8회말 양의지(NC 다이노스)를 대신해 김태군이 타석에 들어서자, NC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NC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13일 김태군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야구단 복무를 마치고 NC에 복귀해 첫 경기를 치른 날, 팬들께서 엄청난 선물을 주셨다"며 "내가 생각해도 나는 그 정도로 뛰어난 선수가 아닌데….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고 떠올렸다.
김태군은 "NC 구단과 팬들께는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좋은 동료를 만나 즐겁게 야구했고, 창원에서 사는 동안 결혼을 해 가정도 꾸렸다. 감사 인사드릴 분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NC는 13일 포수 김태군을 삼성에 내주고 투수 심창민과 포수 김응민을 받는 2대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김태군에게 미안하다.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NC에서 보여준 열정과 헌신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행운이 함께 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김태군은 "트레이드됐다는 소식에 많이 놀랐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고 말하면서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구단의 결정을 존중하고, 나도 NC 구단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2008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태군은 NC로 이적하면서 야구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NC는 1군에 합류한 2013년 '특별지명 선수'로 김태군을 지목했다. 김태군은 '신생팀' NC의 주전 포수가 됐고, 2017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뽑혔다.
2017시즌이 끝나고 경찰야구단에 입단해 군 복무를 한 김태군은 2019년 8월 팀에 복귀했다.
김태군은 '주전급 기량을 갖춘 포수'지만, NC가 2019년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를 영입하면서 팀 내 입지는 좁아졌다.
하지만 올해 양의지가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면서, 김태군이 자주 포수 마스크를 썼다.
삼성은 올 시즌 내내 '김태군 영입'을 시도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와 백업 포수의 격차가 워낙 큰 터라, 김태군 영입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규시즌 중에는 어긋났던 트레이드가 12월에 성사됐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강민호와 협상 중인 삼성은 "강민호와 김태군이 함께 뛰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둘의 공존을 바랐다. 만약 강민호가 팀을 떠나도, 김태군 덕에 공백을 줄일 수도 있다.
이제 김태군은 '삼성 포수'다.
그는 "좋은 선수 두 명(심창민, 김응민)을 내주면서 나를 영입한 삼성 구단에 감사하다. 신흥 명문으로 부상한 NC를 떠나는 건 아쉽지만, 명문 구단 삼성에서 뛰는 것 또한 영광"이라며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특히 포수는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할 일이 많은 포지션이다. 삼성 팬들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평가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을 받아보고 싶은 삼성 투수도 있다.
김태군은 "2017년 WBC 대표팀에서 오승환 선배 공을 받아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올해 오승환 선배가 엄청난 성적을 내지 않았나. 승환이 형 공을 빨리 받아보고 싶다"고 특유의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