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자본이 흘러들어오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도 지출 상한선을 두는 '샐러리 캡'과 유사한 제도를 운용할 걸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 BBC방송에 따르면 EPL 20개 구단 중 16곳이 선수단에 쓰는 비용을 일정 수준에서 억제하도록 '캡'을 도입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한 걸로 파악된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상한을 설정할지는 앞으로 정해야 한다.
TV 중계수익과 상금 등을 합쳐 얻은 수입이 가장 적은 팀에 맞춰, 이 구단 매출의 5배가량을 상한선으로 설정하는 방식이 언급되는 가운데 유력 팀들은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총회에서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애스턴 빌라가 이 제도 도입에 반대표를 행사한 걸로 파악됐다. 첼시는 기권했다고 한다.
보도대로라면 현 찬반 구도에서 6월 열리는 EPL 정기 총회에 안건으로 올라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리그 규정을 개정하려면 20개 팀 가운데 14개 팀 이상의 지지를 얻어내면 된다.
지난 시즌 기준 사우샘프턴(현 챔피언십)이 상금과 중계 수익 등으로 1억360만 파운드(약 1천795억원)를 벌었다. 5배라면 약 9천억원가량으로 상한선이 설정될 걸로 보인다.
스카이뉴스는 이 기준으로 보면 '지출'의 범위에 따라 첼시가 상한선을 진작 넘겼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EPL 구단은 선수단 연봉으로 1억 파운드(약 1천733억원)에서 5억 파운드(약 8천665억원)가량을 쓰고 있다. 리그 구단 1년 매출은 2천500억원에서 1조원 사이다.
현재 논의되는 제도는 미국프로농구(NBA) 등에 도입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샐러리 캡'과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엄밀히 보면 소폭 다르다.
BBC에 따르면 이는 선수단 연봉이나 이적료 지출뿐 아니라 에이전트에 지급할 비용까지 포함된 '스펜딩 캡'(Spending Cap)이다.
일각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라지만, 전력 평준화 효과를 유발하는 이같은 상한제 탓에 EPL이 유럽 축구 내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BBC는 전했다.
'자본 경쟁'에서 EPL 구단이 타 유럽 팀에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는 일단 반대 목소리를 냈다.
PFA 측은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살펴봐야겠지만 선수 임금에 엄격한 상한을 두는 제도는 어떤 것이든 반대할 것"이라며 "(리그)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런 제안은 적절한 절차를 통해 합의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