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알렉스는 흥분하고 나서 꼭 점수 낸다니깐요."
지난 1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벌어진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의 2라운드 첫 경기.
이 경기 중계를 맡은 김세진 KBSN 해설위원은 우리카드의 알렉스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가 서브 에이스를 꽂아 넣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세트 스코어 1-2로 뒤진 우리카드가 반격에 나선 4세트 중반에 논란의 장면이 나왔다.
12-10에서 랠리 끝에 한성정의 퀵오픈 공격이 성공한 뒤 우리카드 주장 나경복이 주심에게 다가가 그전에 상대의 더블 콘택트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항의했다.
알렉스도 가세했다. 손짓을 섞어가며 주심에게 어필했다. 나경복과 알렉스가 합심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알렉스는 그전 세트에서도 심판 판정에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서브에 나선 알렉스는 부글부글 끓는 표정과는 달리 날카로운 서브로 에이스를 꽂아 넣었다.
흥분할 때 더 집중하는 알렉스의 성향을 잘 아는 김세진 해설위원은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우리카드는 4세트를 만회해 승부를 최종 5세트로 끌고 간 뒤 결국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1라운드 6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던 최하위 우리카드는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반격의 신호탄을 쐈다.
서브 에이스 4개, 블로킹 2개 포함해 38점(공격 성공률 54.23%)을 터뜨린 알렉스가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알렉스는 1세트 막판 3연속 서브 에이스를 터트렸고, 5세트 14-13 매치 포인트서 승리를 완성하는 마지막 득점까지 책임졌다.
포르투갈 출신의 알렉스는 다혈질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30일 KB손보전에선 팀의 사령탑인 신영철 감독과 갈등을 빚으며 논란이 됐다.
작전 시간 때 신 감독이 상대 강서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알렉스에게 리시브 라인에서 빠지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알렉스는 감독의 질책에 기분이 상했는지 불쾌한 표정으로 몇 마디 대꾸하더니 선수단에 등을 돌려버렸다.
화가 난 신 감독이 '야'하고 언성을 높이자 마지못해 다시 자리로 돌아왔지만, 표정에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대로 중계를 탔다.
이제는 신 감독도 알렉스의 이러한 행동이 존중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존심과 승부 근성이 강해서라는 걸 잘 안다.
또한 흥분할 때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는 알렉스의 기질을 파악한 신 감독은 알렉스가 판정에 항의해도 이제는 말리지 않는다.
신 감독은 경기 뒤 "알렉스가 전보다는 얌전해졌다"며 웃은 뒤 "알렉스에게도 '심판 판정에 항의해도 괜찮은데, 다만 길게 하지는 말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게 알렉스의 스타일이다. 승부 근성이 강한 선수인데, 그걸 죽이면 안 된다. 표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심판 항의를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하게 항의하거나 비속어를 섞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은 있다.
신 감독은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줄 안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며 "사람마다 다 개성이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