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BO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엔 보상 규정이 존재한다.
지나친 과열 양상을 줄이고 특정 구단의 FA 싹쓸이를 막기 위한 장치다.
FA 보상 규정은 계속 변화했는데, 지난해부터는 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KBO리그 역사에서 FA 보상선수로 이적한 뒤 꽃을 피운 선수들은 많다.
지난해 FA 최주환(SSG 랜더스),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의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내야수 강승호와 박계범은 나란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18년 양의지(NC)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우완 투수 이형범도 이적 직후인 2019시즌 6승 3패 10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66의 특급 활약을 펼쳤다.
2020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뒤부터는 좀처럼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최형우(KIA 타이거즈)의 보상 선수로 삼성으로 이적한 강한울은 이듬해 135경기에서 타율 0.303을 기록했다.
FA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보상 선수도 있다.
2014년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사이드암 임기영은 FA 송은범(현 LG 트윈스)의 보상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뒤 확실한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20시즌엔 9승 10패 평균자책점 5.15, 올해엔 8승 8패 평균자책점 4.88의 성적을 올렸다.
보상선수에 관한 재밌는 스토리도 많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성흔(은퇴)은 총 두 차례 FA 자격을 취득했는데, 이때 보상선수로 지명된 두 명의 선수가 모두 특급 활약을 펼쳐 화제가 됐다.
2012년 홍성흔의 보상선수 김승회는 두산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그는 2014시즌 1승 2패 4홀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3.05의 성적을 남겼다.
2008년 홍성흔의 보상선수 이원석은 롯데에서 두산으로 적을 옮긴 뒤 주전 내야수로 맹활약했다.
그는 이적 이듬해인 2009년 125경기에 출전, 타율 0.298, 9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꾸준한 모습을 보인 이원석은 2016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취득, 삼성과 계약기간 4년 총 27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2011년 12월 SK 와이번스에서 뛰던 임훈이 FA 보상선수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뒤 배재후 당시 롯데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임훈은 20일 후 FA 정대현의 보상선수로 SK로 다시 돌아갔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보상 선수로 이적했다가 곧바로 친정팀에 돌아온 경우도 있다.
SK 와이번스(현 SSG)에서 뛰던 임훈(현 LG 코치)은 2011시즌을 마친 뒤 FA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롯데로 이적했다. 그리고 20일 뒤 SK는 롯데가 FA 정대현을 영입하자 보상 선수로 임훈을 다시 선택했다.
임훈은 딱 20일 동안 롯데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2016년 규정을 바꿨다. 현재 FA 보상선수는 자동으로 보호선수가 된다.
FA 보상 선수 지명 과정에서 찡한 감동을 준 사례도 있다.
2014시즌을 마친 뒤 한화 이글스는 삼성에서 뛰던 FA 배영수를 영입했다. 이에 삼성은 보상선수로 외야수 정현석을 영입했다.
당시 정현석은 위암 진단을 받아 급하게 수술대에 올랐는데, 삼성이 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해 문제가 불거졌다.
한화는 보상 선수 지명 전 정현석의 수술 사실을 알렸지만, 삼성 내부에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었다.
삼성은 KBO에 보상선수 재지명을 문의했고, 이에 한화 구단은 정현석을 다시 품겠다며 현금 트레이드로 그를 재영입했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정현석은 병마를 이겨내고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다.
그는 2015시즌 중반 복귀해 43경기에서 타율 0.310의 성적을 거뒀다.
한편 올해에도 보상선수는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박건우(NC 다이노스), 박해민(LG)을 내준 원소속팀 두산과 삼성은 19일 보호선수 명단을 받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