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가 kt의 4-2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이날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kt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왼팔을 들어 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2021.11.1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kt wiz의 기록적인 순간마다 마운드를 지킨 윌리엄 쿠에바스(31)는 큰 경기에 강한 요인을 '순수하게 경기를 즐기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공 하나에 팀 운명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 쿠에바스는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집중하지만 잠시 경기가 멈출 때면 상대팀에게도 '동업자 정신'을 담은 미소를 보낸다.
kt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KS) 경기를 치른 1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도 쿠에바스는 경기를 즐겼다.
인상적인 장면은 6회초에 나왔다.
1-1로 맞선 상황, 쿠에바스는 이닝의 선두타자 박건우를 상대하다가 5구째 시속 145㎞ 직구를 몸쪽으로 던졌다. 길을 잃은 공이 박건우의 왼쪽 팔에 맞았다.
박건우는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트레이너와 고영민 3루 코치가 홈 플레이트로 달려갔다.
쿠에바스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박건우를 향해 걸어왔다.
박건우가 일어날 때까지 쿠에바스는 미안함을 드러내며 자리를 지켰다.
다행히 박건우는 일어났고, 밝은 표정으로 쿠에바스와 살짝 포옹했다.
그제야 쿠에바스도 미소를 지었다.
경기 뒤 쿠에바스는 박건우의 사구 상황을 떠올리며 "박건우는 KBO리그에서 함께 뛰는 동료다. 나와 사이도 좋다"며 "의도하지 않은 공이 사구가 됐다. 박건우가 고통을 호소해 홈플레이트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박건우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았다. 박건우도 농담을 던졌다"며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순수하게 즐기고 싶다.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 선수와 농담을 주고받거나, 오늘처럼 상대 타자의 몸 상태를 살피는 건 내가 경기를 순수하게 즐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6회초 두산 박건우가 kt 쿠에바스가 던진 공에 맞아 긴급 치료를 받은 뒤 걱정스러움에 다가온 쿠에바스와 포옹하고 있다. 2021.11.14 [email protected]
쿠에바스는 정규시즌 우승과 KS 직행 여부가 걸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10월 31일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도 재밌는 장면을 연출했다.
1-0으로 앞선 7회말 1사 3루에서 쿠에바스는 삼성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에게 볼넷을 내줬다.
피렐라는 1루로 걸어가며 쿠에바스에게 "왜 나와 정면승부하지 않았나"라고 장난 섞인 항의를 했다.
쿠에바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피렐라에게 3루를 가리키며 '너 같으면 이 상황에서 정면승부하겠나'라고 답했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외야 플라이 혹은 느린 내야 땅볼이 나오면 동점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쿠에바스는 피렐라를 볼넷으로 걸렀고, 피렐라에게도 '특수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팽팽한 승부에서 쿠에바스와 피렐라가 미소로 띤 채 나눈 짧은 대화는 양 팀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했다.
쿠에바스는 한때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잘 던지다가 순간적으로 무너지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나는 경기를 열정적으로 치르는 것"이라고 일부의 평가를 단호하게 부인했다.
실제 쿠에바스는 중요한 경기에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박건우에게 사과하고, 피렐라와 농담을 하는 등 잠시 경기가 멈출 때는 열기를 식힐 줄도 안다.
가장 중요한 승리도 챙긴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11월 12일 PO 3차전 선발로 등판해 두산을 상대로 8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선발승을 챙겼다.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였다.
올해 10월 31일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는 이틀만 쉬고서 등판하는 부담 속에서도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의 역투를 펼쳤다. kt는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kt의 KS 첫 승리도 쿠에바스가 만들었다. 쿠에바스는 7⅔이닝 7피안타 1실점 8탈삼진으로 kt 선수 중 처음으로 KS에 선발 등판하고 승리까지 챙기는 새 역사를 썼다.
kt는 1차전에서 두산을 4-2로 꺾었다.
kt가 이번 KS를 맞아 자체 제작한 '2021 한국시리즈 kt wiz 가이드'에서 kt 전력분석원은 "쿠에바스는 갈수록 에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모든 구종의 수치가 리그 정상급"이라며 "마운드 위에서 진중한 모습을 보이며 집중력도 더 좋아졌다. 위기에서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투수"라고 '에이스 쿠에바스'의 장점을 설명했다.
쿠에바스는 kt 가이드를 통해 "역사를 만들자! 팀 포스트시즌 첫 승, 창단 첫 우승을 견인했으니, 이제는 KS 첫 승리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1차전 승리로 약속을 지켰고, kt 새 역사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