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좀처럼 '굴기'하지 못하는 남자축구 대표팀에 절망한 중국 축구팬들이 한때 개방형 온라인 사전상의 자국 감독 출신국을 상대팀 국명으로 바꾸며 분노를 표출했다.
13일 신랑(新浪·시나)망 등 중국 온라인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오만 원정에서 중국이 선취골을 넣고도 1대1로 비기며 승점 1을 추가하는 데 그치자 화난 팬들이 개방형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중국어판)' 상의 리티에(李鐵) 감독 출신국가를 한때 '오만'으로 수정했다.
또 그의 '현재 소속팀' 정보는 '오만(감독)'으로 한때 바꿨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중국 대표팀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스타 선수 출신인 리 감독은 작년 1월 큰 기대 속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대표팀이 12일까지 5경기를 치른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승점 4를 얻는 데 그치며 B조 6팀 중 5위로 처지자 온갖 비난 속에 감독 자리가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특히 오만전에서 그날 중국팀에서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브라질 출신 귀화선수 뤄궈푸(공격수)를 후반 22분 교체아웃한 용병술에 혹평이 집중됐다. 뤄궈푸가 빠지고 약 8분 후 동점골을 허용하며 중국은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경기 후 리티에 감독이 SNS에 올린 글은 타오르는 축구팬들의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12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 "축구란 이렇게 기묘한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것을 사랑한다. 미소로 인생을 대하자. 열심히 일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최선의 존중이다"라고 한 것이 팬들을 더 격분케 한 것이다.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부터 '속이 뒤틀린다'는 격한 표현까지 등장하는 등 중국의 SNS는 리 감독에 대한 질타로 뜨거웠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2년 4월27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중국의 월드컵대표팀평가전에서 송종국과 볼을 경합하고 있는 현역시절의 리티에(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