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프로배구 여자부 첫 경기를 앞둔 IBK기업은행 새 사령탑 김호철 감독(66)이 팀 재정비를 위해 자신부터 바뀌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김 감독은 18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여자배구와 남자배구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다른 부분이 많았다"며 "제 생각보다 더 어렵다고 느꼈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선수들도 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있는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뒤 2주간 격리를 마치고 지난 16일 팀 훈련에 합류한 김 감독은 우선 훈련 방식부터 뜯어고쳤다.
강한 체력 훈련보다는 당장 경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전 위주의 훈련으로 체계를 바꿨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맞춰서 선수들이 편안하게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지금은 연습을 위한 연습이 아니라 경기를 위한 연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이탈리아리그에 진출해 명 세터로 이름을 떨친 김 감독은 특히 세터 육성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진행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격리 중에 두 경기를 시청했는데 일단은 세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세터를 안정시킬 방법을 선수들과 얘기하고, 세터들과는 원포인트 레슨도 했다"면서 "세터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레슨을 했는데 굉장히 열심히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18일 경기부터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 새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26·등록명 산타나)가 합류하는 만큼 선발 라인업에도 조금의 변화를 줄 예정이다.
김 감독은 "산타나가 새로 들어온 만큼 왼쪽에서 공격을 맡길 예정이다. 김희진은 오른쪽에 서게 된다. (김희진은)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니 안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훈련 방식과 선발라인 변화 등 팀 재정비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김 감독은 사실 처음 IBK기업은행 감독직 제의를 받고 당황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첨 제의를 받았을 때는 황당하다고 할까, 당황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만 여유를 주면 생각을 해보고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면서 "주위 사람들과 얘기해 보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결국 배구계 대선배로서 IBK기업은행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전체 배구계를 위한 일이라고 판단해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IBK기업은행 내부에 문제점이 많아서 누구든지 빨리 수습해야 배구계를 향한 나쁜 소식들을 빨리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배구인으로서 도와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여자배구는 처음인 김 감독은 오랜 기간 여자배구에 몸담은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에게 조언을 구해 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김형실 감독과는 학교 선후배 사이로 술은 잘못하지만, 가끔 소주 한잔하는 사이"라며 "여자배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당장 가르쳐 주지는 않겠지만 자꾸 얘기를 듣고자 시도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