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전 미국프로농구(NBA) 포인트가드 데런 윌리엄스(37)가 농구 선수들의 기를 한껏 살려줬다.
윌리엄스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아말리 아레나에서 열린 전 미국프로풋볼(NFL) 러닝백 프랭크 고어(38)와의 헤비급 복싱 대결에서 4라운드 경기 끝에 2-1(38-37 37-38 40-35)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제이크 폴 vs 타이론 우들리'의 본경기에 앞선 언더카드 경기로 진행됐다.
각자의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전 NBA 선수와 전 NFL 선수의 복싱 대결로 관심을 끈 매치업이었다.
나란히 복싱 데뷔전에 나선 둘은 12분 내내 물러섬 없이 주먹 대결을 펼쳤다. 복싱 기술이 어설프기는 둘 다 마찬가지였으나 신장과 리치(팔 길이)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키 191㎝로 고어(175㎝)보다 훨씬 큰 윌리엄스는 48-39로 고어보다 더 많은 펀치를 적중시켰다. 파워 펀치에서도 윌리엄스가 35-28로 고어를 앞섰다.
고어는 마지막 4라운드에서 선전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초반의 점수 차이가 워낙 컸다.
현지 매체들은 경기 수준과 상관없이 두 선수가 보여준 투지와 근성만으로도 쇼타임 채널을 통해 유료 시청한 복싱 팬들은 만족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윌리엄스와 고어는 이번 경기를 프로복싱 데뷔전으로 삼을 계획이었으나 플로리다주 복싱위원회가 시범경기로 성격을 규정한 탓에 프로 전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개의치 않았다. 더는 복싱 경기에 나설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포인트가드지만 몸싸움을 즐겼다. 신체 접촉을 피한 적이 없다"며 "사람들은 농구 선수들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그것이 내가 오늘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스가 복싱 데뷔전을 치르자마자 은퇴를 선언한 반면 고어는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재미있었다"며 "돌아가서 내 팀과 논의해서 복싱을 더 배우기 위해 뭘 해야 할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NBA 유타 재즈와 브루클린 네츠(전신 뉴저지 포함), 댈러스 매버릭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에서 활약한 NBA 스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 드림팀 멤버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스타에는 3차례 선정됐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오랜 격투기 애호가인 윌리엄스는 수년 동안 격투기 훈련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름값에선 고어도 뒤질 게 없다.
NFL 올스타 격인 프로볼에 5차례 선정된 고어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마이애미 돌핀스, 버펄로 빌스, 뉴욕 제츠에서 16시즌 동안 활약하며 개인 통산 1만6천야드를 질주했다.
에밋 스미스(1만8천355야드), 월터 페이튼(1만6천726야드)에 이어 NFL 러싱 부문 역대 3위에 오른 전설적인 선수다.
수명이 짧은 러닝백 포지션에서 드물게 장수를 누린 고어는 이번 복싱 데뷔전을 위해 질주를 멈췄다.
ESPN은 "고어는 수년간 복싱 훈련을 해왔다"며 "NFL 팀들의 영입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 경기를 위해서였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