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 1군 데뷔전을 치른 날, 육선엽(18·삼성 라이온즈)은 선배와 타 팀 친구들에게 '농담 섞인 축하 인사'를 받았다.
발단은 삼성 포수 강민호의 장난이었다.
육선엽은 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방문경기 7회말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볼넷 2개를 허용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7회 1사 만루에서 육선엽은 정수빈을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2루로 향하던 주자 조수행은 이견이 없는 아웃이었다.
하지만, 타자 정수빈은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1루 상황도 '아웃'으로 번복됐다.
정수빈이 세이프였다면 육선엽은 데뷔전에서 1점을 내줘야 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병살 판정'이 나오면서 무실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포수 강민호는 육선엽을 향해 손가락 두 개를 '집게 형태'로 내보였다.
2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강민호는 "심장이 작다는 의미"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강민호는 "비디오 판독을 기다리는 데 육선엽이 너무 긴장하더라. 예전 내 생각이 나서, 육선엽을 놀렸다"고 전한 뒤 "신인 투수가 데뷔전을 그 정도로 잘 치른 건 대견하지 않나. 사실 좋은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프로 1군 데뷔전을 마친 후배를 응원했다.
육선엽이 투구할 때 평소보다 호흡을 빠르게 하고 입술마저 파랗게 보여 '육선엽의 데뷔전 영상'은 야구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당사자인 육선엽도 당연히 그 영상을 봤다.
육선엽은 "나는 긴장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니 긴장했더라"며 "내가 봐도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황준서(한화 이글스), 김윤하(키움 히어로즈) 등 올해 함께 프로 무대에 선 동갑내기 친구들도 "입술이 파랗게 될 정도 긴장했나"라고 장난스러운 메시지를 보냈다.
육선엽은 "왜 입술이 파랗게 보였는지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선배와 친구들의 메시지에는 놀림이 가득했지만, 육선엽은 농담에 담긴 진심을 잘 알고 있다.
육선엽은 "이호성 선배가 '두 번째 등판 때는 나아진다'고 하더라. 다른 선배들과 나보다 먼저 1군 무대에 선 다른 구단 친구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며 "빨리 두 번째 등판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땐 떨지 않고 던지겠다"고 웃으며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