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돌아 첫 승' 윤정현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먼 길 돌아 첫 승' 윤정현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링크핫 0 294 2022.04.17 18:35

"미국행 지나고보니 좋은 경험…오래 살아남는 투수되고 싶어"

1군 첫 승 거둔 윤정현
1군 첫 승 거둔 윤정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키움 히어로즈 왼손 투수 윤정현이 17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KBO리그 첫 승을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윤정현(29·키움 히어로즈)은 먼 길을 돌아 KBO리그 1군 무대에 섰다.

첫 승리를 거둘 때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 29세에 KBO리그 첫 승을 신고한 윤정현은 상기된 표정으로 "1승이란 기록이 생겨서 정말 좋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윤정현은 17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방문경기, 1-2로 뒤진 4회 2사 1, 2루에 등판해 김인태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는 등 1⅓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 3탈삼진으로 막았다.

키움 타선은 5회초에 폭발해 6-2로 역전승했다.

이날 키움의 승리투수는 윤정현이었다.

윤정현은 "2019년에 입단해 처음으로 공식 인터뷰를 한다. 긴장된다"고 털어놓으며 "등판할 때 긴장은 한다. 그러나 '이겨야 한다.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긴장감을 잊는다"고 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윤정현이 어려운 상황에서 잘 막아줬다"고 칭찬했다.

역투하는 키움 좌완 윤정현
역투하는 키움 좌완 윤정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정현은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세광고 졸업을 앞두고 한 '2012년 KBO 신인 지명회의'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8라운드)받았지만, 동국대 진학을 택했다.

2012년 동국대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선 윤정현은 2013년 미국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등판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016년 11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윤정현은 현역으로 입대했다. 군 복무를 한 사이, 국외리그로 먼저 진출한 선수의 KBO리그 진출 유예 기간(2년)이 지났다.

윤정현은 2019 신인지명회의에 지원했고, 키움이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윤정현을 지명했다.

당시 2019년에 함께 KBO리그에 입성한 '국외 유턴파' 이학주(롯데), 하재훈(SSG 랜더스)은 윤정현보다 '아마추어 시절 이름값'도 '국외리그 이력'도 화려했다.

KBO리그에서도 이학주와 하재훈이 먼저 1군에 자리 잡았다.

윤정현은 "두 선배는 원래 유명한 선수였다. 당장 그 선배들을 따라잡기보다는 '살아남아서 오래 야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1승이 정말 어렵다는 걸 KBO리그 2년 차(2020년) 때 알았다"고 냉혹한 현실을 깨달았던 시점을 떠올렸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윤정현은 매 시즌 1군 무대에 섰지만 곧 2군행을 통보받았다.

윤정현은 살아남고자 몸부림쳤다.

그는 "코칭스태프가 투심 패스트볼을 가르쳐주시고 활용법도 강조했다. 투심을 익히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투구 자세도 제구에 더 유리한 쪽으로 많이 바꿨다"고 1군 진입을 위한 한 노력을 압축해서 설명했다.

홍원기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윤정현을 '예비 선발 후보'로 꼽고, 필요할 때는 롱릴리프로 쓸 수도 있다고 밝혔다.

1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선발 정찬헌이 흔들리자, 서둘러 등판해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윤정현은 17일 두산전에서도 선발 투수 다음에 등판해 1⅓이닝을 잘 처리했다.

올 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한 윤정현은 "지난 3년 동안 보여드린 게 없다. 어떤 보직이건 좋다. 한 시즌을 완주하고 싶다"고 바랐다.

윤정현, 첫 승 신고
윤정현, 첫 승 신고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키움 히어로즈 왼손 투수 윤정현이 17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KBO리그 첫 승을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제는 괴로웠던 시절도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다.

윤정현은 "(고교 졸업 후 국내 구단에 입단하지 않고, 미국으로 떠난 결정을) 예전에는 후회했다. 미국에서는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하면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많다.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내 과거로 받아들여야 한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윤정현은 미국에서도, KBO리그에서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를 늘 챙긴다. 그의 우상 류현진을 따라 등번호 99를 달고 뛰고 있다.

윤정현은 "99번의 무게가 느껴진다. 내가 이룬 게 없어서 더 99번이 무겁다"며 "점점 좋은 공을 던지고, 오래 살아남으면 99번의 무게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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