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우리 감독님 꼰대 아니에요!"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를 10경기(7승 3무) 무패로 이끄는 '극장골'을 넣은 미드필더 김종우(30)는 이렇게 말했다.
포항은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1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북 현대에 1-0으로 승리했다.
김종우가 후반 49분 극적인 결승골을 책임졌다. 오베르단의 슈팅이 막히자 문전으로 달려들던 김종우가 재차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김종우는 경기 뒤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감독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종우에게 '사랑 고백'을 한 이유를 묻자 그는 "속에 있는 마음이 그대로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실 감독님이 '옛날 분'이실 거라고 생각했다. '꼰대'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시다.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감독님 정말 좋아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이정효 감독이 이끌던 광주FC를 떠나 포항 유니폼을 입은 그는 "솔직히 이정효 감독님이 박 감독님보다 더 꼰대다"라며 키득키득 웃었다.
앞서 기자회견에 나선 박 감독은 김종우의 사랑 고백 얘기를 듣자 "나도 사랑한다"며 활짝 웃었다.
"종우가 샤이한 친구인데, 감동받았다"고도 했다.
김종우가 결정적인 득점을 올린 과정에서도 김종우와 박태하 감독 간의 믿음이 빛났다.
김종우는 원래 공격적으로도 재능이 많은 선수이지만, 현재 포항에서는 수비적인 임무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막판에 섀도 스트라이커 김동진과 '스위칭 플레이'를 시도하며 좀 더 앞쪽으로 나아갔는데, 이게 득점으로 이어졌다.
김종우는 "내가 원래 공격적인 위치를 선호한다. 감독님께 좀 더 '윗자리'도 볼 수 있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신임했기에 김종우는 경기 중 임의로 김동진과 자리를 바꿀 수 있었다.
김종우의 골로 포항은 선두(승점 24)를 지킬 수 있었다. 11개 팀과 모두 한 경기씩을 치르며 1라운드 로빈을 다 돈 시점에 유지한 선두 자리라 더 의미가 크다.
이 흐름을 유지한다면 포항은 2013시즌 이후 11년만의 우승을 이룬다.
김종우는 "좀 섣부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어느 팀과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게 된 것 같다"면서 "감독님을 믿고 똘똘 뭉쳐서 하다 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들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