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하키 은메달리스트 캐디 김영숙씨 "선수 마음 잘 알아요"

올림픽 하키 은메달리스트 캐디 김영숙씨 "선수 마음 잘 알아요"

링크핫 0 524 2022.09.16 16:23
김영숙(왼쪽) 씨가 나희원과 클럽 선택을 상의하고 있다.
김영숙(왼쪽) 씨가 나희원과 클럽 선택을 상의하고 있다.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2라운드가 열린 16일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

나희원(28)의 백을 멘 하우스 캐디 김영숙(57) 씨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희원은 이날 9타를 잃어 2라운드 합계 16오버파 160타로 컷을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김 씨는 "선수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내가 운동선수를 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덧붙였다.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에서 8년째 캐디로 일하는 김 씨는 놀랍게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필드하키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씨는 "체력이 좋아서 이 일이 잘 맞는다. 신나고 재미있고 즐겁다"고 말했다.

경희대를 졸업한 김 씨는 필드하키 선수를 그만둔 뒤 교사나 지도자로 나선 다른 동료 선수와 달리 한보그룹 사무직 직원이 됐다. 한보그룹 소속으로 뛰었던 터라 사무직으로 전환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이끌고 가르치는 일에는 소질이 없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은 4년을 넘기지 못했다. 결혼과 함께 육아에 전념하느라 퇴직한 김 씨는 주부와 아내, 그리고 두 아들의 어머니로 살았다.

둘째 아들까지 성인이 되자 김 씨는 다시 직업을 찾다가 친구 권유로 캐디 일을 시작했다.

김 씨는 "탁 트인 자연 속에서 걷는 일이라 마음이 맞는다"면서 "사무직보다는 백배 낫다. 스트레스도 없다. 다른 사람한테도 권하고 싶다"고 캐디 직업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씨는 "환갑 넘어서도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필드하키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코스에 나서면 누구보다 빠르다. 나희원은 "백을 메고도 저보다 걸음이 더 빠르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나희원의 백 앞에 선 김영숙 씨.
나희원의 백 앞에 선 김영숙 씨.

[이천=연합뉴스]

김 씨는 그동안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에서 프로 대회가 열리면 늘 프로 선수 캐디로 나섰다.

골프장 캐디들은 대회 때면 심리적 부담감에다 일이 더 힘들다는 이유로 선수 백을 메려고 하지 않지만 김 씨는 늘 먼저 손을 들었다.

"선수로 뛰면서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선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김 씨는 "선수가 잘하면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그 맛에 한다"고 말했다.

다만 프로 선수 전문 캐디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가 느끼는 압박감을 한두 번 대회 때 공유할 순 있어도 그 이상은 힘들 것 같다"는 설명이다.

골프를 1년에 서너 번 친다는 김 씨는 "95타에서 100타쯤 친다. 골프가 9홀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요즘 큰아들 덕분에 행복하다.

김 씨의 큰아들 박제언(29)은 한국에서 한 명뿐인 스키 노르딕 복합 종목 선수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던 그는 비인기 종목 선수의 설움을 톡톡히 겪다가 최근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김 씨는 "제언이가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온 국민이 알아봐 주니 좋긴 하다"고 활짝 웃었다.

김 씨 가족은 전원이 올림피언이다.

남편 박기호(58) 씨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스키 복합 노르딕 감독으로 출전했고, 둘째 아들 박제윤(28)은 소치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에 출전했다.

[email protected]

Comments

번호   제목
19038 MLB 사무국,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 위해 고척돔 실사 야구 2022.09.20 370
19037 '이강인을 어찌 써 볼까'…벤투 감독, 첫 훈련부터 활용법 점검 축구 2022.09.20 511
19036 KBL 일반인 도전자 3인 "농구가 싫어서 그만둔 게 아니니까요" 농구&배구 2022.09.20 385
19035 서요섭, DGB금융그룹 오픈서 시즌 3승+제네시스 포인트 1위 도전 골프 2022.09.20 532
19034 프로야구, 10년 만에 3점대 평균자책점 기록 나올까 야구 2022.09.20 378
19033 MLB 휴스턴,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종합) 야구 2022.09.20 365
19032 '불펜 최강' LG의 힘, 골라내는 '4인 4색' 왼손 불펜 야구 2022.09.20 379
19031 음바페, 프랑스 대표팀 사진 촬영 '보이콧'…초상권 계약에 불만 축구 2022.09.20 571
19030 한국 선수 LPGA 투어 3개월 무승…아칸소 챔피언십에선 끝날까 골프 2022.09.20 538
19029 MLB 휴스턴,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 야구 2022.09.20 375
19028 복잡해진 5위 확정 매직넘버…KIA 13승·NC 16승 야구 2022.09.20 370
19027 잘 나가는 LG의 활력소 김광삼·모창민 코치도 쑥쑥 자란다 야구 2022.09.20 371
19026 러, UEFA에 항전 의지 드러낸 우크라이나 감독 징계 요구 축구 2022.09.20 506
19025 해트트릭으로 부활한 손흥민, EPL 공식 베스트11…"클래스 영원" 축구 2022.09.20 505
19024 KB금융, 21∼23일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열어 골프 2022.09.20 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