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연합뉴스) 권훈 기자 = "질문이 나올 줄 예상했습니다. 스크린 골프가 필드 골프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5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제43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김홍택은 '스크린 골프의 황제'로 불린다.
그가 스크린 골프 대회에서 쓸어 담은 우승 트로피는 무려 12개.
상금으로도 2억원가량 벌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7년 동아회원권 다이내믹 부산오픈에서 첫 우승을 따낸 뒤 작년까지 6시즌 동안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기자회견에서 김홍택은 "스크린 골프에 전념하느라 본업에 소홀했다는 말도 들었는데 오해"라면서 "KPGA 투어 시즌이 아닐 때만 스크린 골프 대회에 출전했다"며 웃었다.
그는 "스크린 골프가 필드 골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나는 지금까지 필드 우승은 한 번뿐이지만 스크린 골프에서 많은 우승을 했기에 우승 경쟁을 할 때 긴장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면서 "코스 매니지먼트도 스크린 골프를 통해 익힐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KPGA 투어에서 손꼽는 장타자인 데다 아이언샷도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퍼트가 약점이었던 김홍택은 작년 하반기부터 새로 손에 잡은 암락(arm-lock) 퍼터를 이번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꼽았다.
암락 퍼터는 퍼터 그립이 일반 퍼터보다 길어서 팔에 퍼터 그립을 단단히 고정한 채 스트로크를 할 수 있다. 손목 움직임을 억제해 직진성이 높다.
"1∼2m 짧은 거리 퍼트 실수가 잦았다"는 김홍택은 "암락 퍼터를 쓰기 시작하면서 짧은 퍼트 실수가 없어졌다. 저절로 자신감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홍택은 고비마다 퍼트에 성공한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
17번 홀(파3)에서는 7m 버디 퍼트를 넣어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18번 홀(파4)에서는 2m 파퍼트에 성공해 승부를 연장으로 몰아갔다. 연장전에서도 1.5m 파퍼트를 실수 없이 넣었다.
김홍택은 "17번 홀 버디 퍼트는 넣으려 하기보다는 붙이려던 게 운 좋게 들어갔다"면서도 "18번 홀에서 두 번 다 성공한 파퍼트는 예전 같으면 자신 없었을 텐데 오늘은 자신 있게 쳤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최근에 이사한 새집에 방 하나를 퍼트 연습장으로 꾸며 늘 퍼트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도 퍼트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홍택은 "집에서 팔굽혀펴기 등 혼자 운동했었는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체력 훈련을 하면서 후반 들어서도 지치지 않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밝혔다.
작년에 딸을 얻어 아버지가 된 김홍택은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한몫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회에 앞서 아내가 '딸한테 어린이날 선물로 우승컵을 가져다줄 거냐'고 물어봤는데 정말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올해 4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한 김홍택은 "사실 첫 우승 이후 매년 시드 걱정을 하던 처지라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면서 "이번 우승으로 KPGA 투어 5년 시드와 잃었던 아시안프로골프투어 시드를 되찾아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상금랭킹 1위와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에 오른 김홍택은 "한번 욕심을 내보고 싶다"고 타이틀 도전 의욕도 내비쳤다.
김홍택은 기자회견을 마치기 전 "내년에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주도하는 스크린 골프 리그가 생기는데 불러주면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스크린 골프라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