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父子 이종범·정후…"아들이 날 넘었다", "아버지는 전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키움 이정후가 KBO 레전드 40인 중 TOP 4에 선정된 아버지 이종범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포옹하고 있다. 2022.7.1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아들이 이미 나를 넘어섰다"는 '전설적인 타자' 이종범(52) LG 트윈스 2군 감독의 말에 아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아버지는 한국프로야구와 나의 레전드"라고 화답했다.
한국 야구의 과거와 현재를 빛내고, 미래까지 밝게 비추는 이종범·정후 부자(父子)는 2022년 KBO 올스타전에서 '주연' 자리에 함께 섰다.
이정후는 2022 KBO 올스타전 베스트 12 팬과 선수단 투표에서 48.91점(팬 115만9천911표+선수단 199표)을 받아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문 1위에 오르면서 16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톱타자'로 출전했다.
이종범 감독은 팬들과 전문가 선정위원의 투표로 뽑힌 '레전드 40인' 중 3위에 뽑혀 올스타전에 초대받았다.
KBO는 16일 올스타전 주요 행사로 '레전드 40인 중 1∼4위 시상식'을 마련했다.
'현역 올스타'로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있던 이정후는 레전드 1∼4위가 발표된 뒤, 꽃다발을 들고 이종범 코치 옆으로 다가가 진하게 포옹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에 앞서 KBO 40주년 레전드 40인 TOP4에 선정된 이종범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7.16 [email protected]
이정후는 "'레전드에 뽑혔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담담한 척하시더라"고 웃으며 "내게도 아버지는 한국프로야구 레전드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현역으로 뛸 때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지금 아버지의 기록을 봐도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범 감독은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한국프로야구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였다.
신인이던 1993년에 도루 73개를 성공하는 등 KBO 개인 통산 510도루를 기록했고, 날렵한 몸으로도 홈런 197개를 쳤다. '천재 유격수'로 불릴 만큼 탁월한 수비 능력도 과시했다.
1994년에는 타율 0.393, 196안타, 19홈런, 77타점, 84도루의 믿기 어려운 성적도 냈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경기에 앞서 열린 팬사인회 행사에서 레게머리를 한 이정후가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7.16 [email protected]
이정후도 짧은 시간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정후가 지난해 타율 0.360으로 타격왕을 차지하면서 이종범 감독과 이정후는 '세계 최초 부자(父子) 타격왕 기록'을 완성했다. 이종범 감독은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타격왕(타율 0.393)에 올랐다.
올해 전반기에도 타율 0.331로 이 부문 5위에 오르고,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이인 15홈런을 쳤다.
이종범 감독은 "정후가 나를 뛰어넘은 지 오래됐다. 나보다 훨씬 낫다"고 아들의 재능을 인정했다.
그는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정후는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입문했다"며 "올해는 (그동안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던) 장타력까지 끌어올렸다. 앞으로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도 보탰다.
아버지의 칭찬에 이정후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정후는 "내 기억으로도, 실제 기록으로도 아버지는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라고 강조하며 "다른 사람이 객관적으로 봐도 아버지는 '한국 야구 톱5'에는 들어야 하는 레전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종범 감독과 이정후는 올해 올스타전에서 '레전드 선수'와 '현역 올스타'로 동행했다.
이정후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9년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때 아버지와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다"며 "그때는 나도 빨리 자라서 프로야구 선수로 올스타전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뤄지고, 아버지와 함께 서는 자리까지 마련돼 더 기쁘다"고 밝혔다.
사실 이종범 감독과 이정후는 서로 얼굴을 마주할 때는 야구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피한다.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내가 (좌타자가 아닌) 우타자였으면 아버지보다 더 잘 쳤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고, 이종범 감독은 아들에게 "넌 아직 멀었어"라고 받아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이종범·정후 부자는 서로의 재능과 노력을 모두 인정한다.
야구팬 사이에서도 '선수 이종범과 이정후 중 누가 더 뛰어난가'에 관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지만, '둘 다 뛰어난 야구인'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