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설명회에는 강상재(DB), 박지훈(정관장) 등 대어급 선수들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 이날 설명회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일본 B리그에서 뛰는 이대성(미카와)이었다.
이대성은 소속팀 시호스즈 미카와에서 아직 시즌을 소화 중이다.
그는 현장에 없었지만 설명회 핵심 주제는 '이대성 사태'였다.
FA 제도를 개괄한 공금영 KBL 운영팀장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한 사람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정이인 사무국장이었다.
정 국장은 임의해지나 은퇴를 통한 해외 진출 시 규정, 이대성의 FA 자격 여부, 한국가스공사의 원 소속 구단 인정 여부 등을 상세하게 질의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이대성 영입 시 타 팀과 트레이드가 가능한 시점 등도 따졌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난 이대성을 어떻게든 활용할 방법을 물색한 것이다.
정 국장은 설명회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이대성이 해외 도전 의사를 강력하게 보였다고 1년 전 상황을 돌아봤다.
정 국장은 "당시 국내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않겠다고 했고, 영입의향서 문제로 5년간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각오까지 보였다"며 "일본, 호주 등을 거쳐 2년은 해외에서 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지난 5일 KBL FA 공시를 신청했다.
그는 선수로서 최대한 다양한 행선지 후보를 확보하고팠고, 일본에서 뛴 지 1년 만에 KBL 복귀까지 염두에 뒀다.
이대성의 도전 의지를 존중한 한국가스공사는 재계약 권리를 포기했고, 이에 다른 팀도 영입 제안을 삼가면서 '5년 금지 조항'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일본 B리그에 진출하는 이대성이 2일 서울 서초구 힐튼 가든인 서울 강남에서 열린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2 [email protected]
FA 시장에서 국내 팀 한 곳에서라도 영입 제안을 받았는데도 해외 진출을 강행할 시 '입단 거부 선수'가 돼 5년간 선수 자격을 잃는다.
이대성이 지난해 국내 구단으로 이적했다면 한국가스공사는 보수의 200%(11억원) 상당 보상금이나 보상선수·보상금(2억7천500만원) 묶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대성이 타 팀에 입단, 국내 무대에 복귀하면 한국가스공사는 졸지에 '얻을 수도 있었던 이익'을 날려버린 셈이 된다.
정 국장은 "우리도 이렇게 그냥 보낸다는 건 면이 서지 않는다. 이대성 선수도 본인이 평생 보여준 행동과 커리어가 있는데 과연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단과 이대성 측은 팀 합류가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를 이미 공유한 상태다.
하지만 이대성이 한국가스공사로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다. 선수 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
KBL 제도상 현재 '계약 미체결 선수'로 분류되는 이대성 영입 시 내줄 보상금이나 보상 선수도 없다. 가드진이 약하거나 국내 득점원이 없는 팀에는 매력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 국장은 "우리도 FA 마감 이후에 (이대성 측에) 연락받아 당황스러웠다. 어느 구단이나 다 시즌 도중에 (다음 시즌) 계획을 짠다"며 심란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어젯밤까지도 통화했다. 일본 팀까지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면서도 "(선수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고 덧붙였다.
이대성의 '이중 계약' 가능성에도 KBL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대성이 KBL 규정상 자율 협상 기간(7∼21일) 국내 구단과 접촉해 계약할 가능성이 있다.
B리그 시즌이 이달 말까지인 만큼 미카와의 플레이오프 상황에 따라 현 소속팀과 관계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KBL 팀과 계약할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공 팀장은 "21일 이전(자율협상 기간)에 우리 구단과 계약할 경우 (해당 시점) 일본 B리그 팀과 계약을 해지했다는 게 서류 등으로 명확히 나와야 승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대성 측은 'KBL 복귀'로 행선지가 굳어지는 걸 경계한다. 실제로 복수의 일본 구단과도 계약을 논의 중인 걸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