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잔칫날 조용히 퇴장한 '야구쟁이' 전유수 "참 행복했어요"

남의 잔칫날 조용히 퇴장한 '야구쟁이' 전유수 "참 행복했어요"

링크핫 0 444 2022.10.11 10:37

kt 베테랑 우완 전유수, '나지완 은퇴경기'로 18년 프로생활 마침표

딸을 안고 있는 전유수
딸을 안고 있는 전유수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kt wiz 투수 전유수가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기 전 딸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0.1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거포' 나지완(36)의 은퇴식이 열린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8회말 나지완이 대타로 등장하자 모든 관중이 그의 이름을 연신 외쳐대며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그 순간 마운드에 선 kt wiz 베테랑 투수 전유수(35)도 조용히 은퇴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극명히 대조적인 상황에 속이 착잡할 법도 하지만, 전유수의 얼굴에는 미소가 완연했다.

그는 타석에 선 1년 선배에게 모자를 벗고 예우를 다했다.

전유수는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불펜에서 팔을 풀고 있는데 왠지 내가 나가면 나지완 형님이 대타로 나올 것 같았다"며 "야구를 잘하신 분이기 때문에 존중의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모든 시선이 나지완에게 집중된 경기였지만 전유수 자신은 그날 무척 행복한 은퇴 경기를 치렀다고 돌아봤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이 언제인지 모르고 선수 생활을 끝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근데 난 그날이 마지막 경기라는 것을 알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야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히 말했다.

KIA를 상대로 37개의 공을 던져 1이닝 3피안타(1홈런) 1탈삼진 3실점(3자책점)을 기록한 전유수는 "점수는 많이 줬지만 즐겁게 웃으면서 경기했다. 많이 던지게 해주신 이강철 감독님께 감사했다"며 웃어 보였다.

사인하는 전유수
사인하는 전유수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kt wiz 투수 전유수가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22.10.10. [email protected]

지난해와 올 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낸 전유수는 "사실 2군에서 끝날 수 있었는데 그래도 감독님이 '마지막은 1군에서 끝내게 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배려를 받았다"며 이강철 감독에게 거듭 사의를 표했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 입단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전유수는 18년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kt 등에서 불펜을 꿋꿋이 지키며 궂은일을 도맡았다.

2019년 62경기에 출전해 3승 1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39를 찍었던 그는 이후 기량 쇠퇴로 퓨처스(2군) 리그를 오가며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유수는 "작년 퓨처스리그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하고 재계약을 했을 때부터 '올해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후련하다. 이제 은퇴한다고 생각하니까 몸이 여기저기 아픈데 지금까지 정신력으로 버텨온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습관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자신을 한껏 낮췄다.

그는 "내 실력에 비하면 너무나 오래 선수 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냥 팀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18년을 임했다. 실력이 부족해도 팀을 위한 희생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를 향한 열정만큼은 여느 선수들보다 뜨거워 보였다. 그 열정으로 그는 지도자의 길을 걸어볼 계획이다.

그는 "일단은 쉴 계획"이라며 "근데 '야구쟁이'가 야구 말고 할 게 뭐가 있겠나. 나도 은근히 열정이 있는 편이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한편, kt는 11일 전유수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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