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축구 팬이든 아니든 지금 우리에게는 승리가 중요합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 토너먼트 A조 준결승을 하루 앞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승리를 염원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지키는 군인인 안드리 베레스(44)는 "우리나라 군대를 믿는 것처럼 축구 대표팀도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카타르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 경기 일정에 차질이 빚어져 아직 월드컵 본선에 오를 마지막 팀이 정해지지 않았다.
1일 스코틀랜드와 우크라이나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햄던 파크에서 단판 승부를 벌이고, 이 경기 승자가 4일 뒤 영국 웨일스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결승전을 치른다.
러시아와 전쟁 중 경기장을 포함한 축구 인프라가 파괴된 데다 폭격의 위험이 있는 까닭에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인근 국가인 슬로베니아로 이동해 훈련해왔다.
건설 노동자인 블라디슬라우 디칸(53)은 "전쟁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스코틀랜드에 이긴다면 아주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축구 전문가인 아르템 프란코우도 자국이 1990년대 초 옛 소련에서 독립한 후 2006년을 제외하고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며 이번 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예선에 출전하기 시작한 우크라이나는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까지 간 끝에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켜왔다.
2006년에는 축구 영웅 안드리 셰우첸코를 앞세워 예선 조 1위로 본선에 직행했지만, 2018년에는 조 3위로 PO도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했다.
프란코우는 "전쟁 중인 이곳에서 이번 경기의 승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침략자들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 우크린폼도 전쟁 중에도 축구 경기의 승리를 바라는 키이우의 분위기를 전했다.
FC 디나모 키이우의 홈구장인 발레리 로바놉스키 디나모 스타디움의 한 직원은 "이번 경기는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을 보지 않았다. 신경이 온통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표팀 경기는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린폼 취재진이 성 미카엘 성당 인근에서 만난 한 10대 소년도 "우리는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과정 중에 있다. 스코틀랜드에도 마찬가지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양보할 생각은 없다.
스티브 클라크 스코틀랜드 감독은 같은 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축구 경기를 통해 희망을 얻으려는 우크라이나를 100% 이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도 월드컵 본선에 올라가고 싶다. 어렵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과 축구를 분리해야 한다"고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