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축구 김천 상무의 오른쪽 수비수 김태현이 울산 HD와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며 표즈를 취하고 있다. 2024.5.12 [email protected]
(울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생각보다 상대가 저한테 안 붙길래 기회다 싶었죠. 하하."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2위 울산 HD와 3위 김천 상무의 맞대결 주인공은 무명에 가까운 김천의 오른쪽 풀백 김태현(27)이었다.
한국 축구에서 김천 소속이라는 건 국가대표급에 근접한 실력을 보유했다는 걸 증명한다. 해당 연령대에서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를 제외하고 가장 빼어난 선수들이 김천으로 모인다.
그렇다고 모두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선수들인 건 아니다. 김태현도 그런 경우다.
거칠고 저돌적이며 성실한 수비가 강점인 그는 묵묵히 제 역할만 해왔을 뿐, 특별히 주목받는 경기를 펼친 적은 없었다.
그런 김태현이 울산과 경기에서 막판 극적인 2-2 동점골을 쏘아 올렸다.
후반 49분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골대 반대편에 꽂았다.
이런 슈팅이 특기인 손흥민(토트넘)이 갑자기 문수구장에 마법처럼 나타난 듯한 골 장면이었다.
프로 7년 차 김태현의 통산 4번째 골이다. K리그1에서 골을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태현은 자신이 평소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어서 슈팅 훈련을 특별히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상하게 골은 슈팅 때리면 들어갈 거라는 느낌이 딱 들더라. 다른 선수 몸에 맞고 들어간 골도 다 느낌이 있었다"며 웃었다.
다만 양발잡이이기 때문에, 기회만 온다면 늘 슈팅을 때릴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김태현이 시원한 슈팅을 때릴 수 있게 자신감을 심어준 건 정정용 김천 감독이다.
정 감독은 "태현이가 양발 다 잘 쓰는 선수다. 김천에 있으면서 한 단계 발전한 선수"라면서 "크로스를 올릴 줄 알았더니 계속 치고 들어가 슈팅을 때리더라"라며 흐뭇해했다.
김태현은 "공을 잡았을 때 좀 더 여유, 침착함을 가지고 세밀한 플레이를 해 달라고 감독님이 요구하셨는데, 많이 발전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우승보다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 군 팀 감독으로서 더 중요한 과제라고 여기는 정 감독의 지휘 아래 '승격팀' 김천은 3위로 고공비행하고 있다.
김태현은 "감독님은 밀어붙이기보다는 엉덩이 두들기면서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타입"이라면서 "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이렇게 좋은 순위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골 맛을 봤으니 K리그1에서 계속 득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김태현은 "한 번 넣었는데 두 번 못 하겠느냐"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난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다. 묵묵히 열심히 해왔을 뿐이다. 그저 내 할 일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