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프로 6년 차 오른손 투수 김인범(24·키움 히어로즈)이 '느림의 미학'으로 값진 첫 승을 따냈다.
2019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4순위로 지명된 김인범은 첫 두 시즌간 2군을 전전했다.
2021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김인범은 단 3경기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고 2022년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해 전역을 한 달 앞둔 10월에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인범은 프로 6번째 시즌을 꿋꿋이 준비했고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선발로 처음 기회를 얻은 지난달 21일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5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눈도장을 쾅 찍었다.
이후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김인범은 타선 침묵이 겹치며 좀처럼 첫 승을 수확하지 못했다.
느린 첫 승 신고에도 김인범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시즌 5번째 선발 등판인 14일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74구 2피안타 3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43개), 슬라이더(19개), 포크볼(6개), 투심패스트볼·싱커(4개), 커브(2개)를 섞어 던졌다.
직구 최고 속도가 시속 140㎞를 넘지 않았지만 유려한 완급 조절로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느리지만 정확하게 포수 미트에 꽂히는 공은 김인범의 인생을 대변하는 듯하다.
지난 시즌까지 1군에서 5⅓이닝을 던진 김인범은 KBO 규약상 신인 자격에 해당하기 때문에 늦깎이 신인왕을 노려볼 수 있다.
KBO리그는 입단 5년 이내에 누적 30이닝 이하인 투수와 누적 60타석 이하인 타자에게 신인왕 후보 자격을 준다.
14일 경기가 끝나고 만난 김인범은 "오늘은 제일 기쁜 날"이라면서 "동료 형들을 믿고 던져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직관한) 어머니 앞에서 첫 승을 올려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느린 공을 단순히 단점으로만 받아들이진 않는 모습이었다.
김인범은 "예전에는 평균 구속이 140㎞대 초중반은 나왔던 것 같은데 작년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떨어진 것 같다"면서도 "구속이 안 나올 때 승부를 피하면 항상 결과가 안 좋더라. 제 공을 믿고 자신 있게 가운데에 집어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포수 형들이 제 직구 무브먼트가 심해서 치기 어렵다고 말씀하시고 코치님들은 제가 손놀림이 좋다고 말씀해주신다"면서 "올해 투심 패스트볼을 배워서 던지고 있는 것처럼 (구종을) 하나하나 늘려가다 보면 더 위력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제일 큰 목표는 신인왕"이라는 김인범은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두 번째고 10승도 생각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