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 경기에서 '전력 질주'는 박수받아야 할 미덕이다.
그렇지만 정규시즌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프로야구에서는 때로 페이스 배분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부상 우려가 있는 선수는 조심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는 급한 마음에 전력으로 질주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령탑은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주형(22)이 그 대상이다.
'제2의 이정후'로 기대를 모으는 이주형은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 때문에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복귀 후 타율 0.483(29타수 14안타)으로 맹타를 휘두르다가 이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또 이탈했다.
이주형은 지난 9일 복귀한 뒤 이제 5경기만을 소화했다.
복귀 후에는 계속해서 지명타자로만 출전시킬 정도로 구단에서 귀한 몸으로 대접한다.
문제의 장면은 1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나왔다.
이주형은 팀이 2-0으로 앞선 7회 1사 1루에서 우익수 앞 안타를 쳐 선행 주자 김혜성을 3루에 보냈다.
그리고 LG 이우찬의 폭투 때 김혜성이 유유히 홈을 밟았고, 이주형은 2루를 거쳐 3루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이어 송성문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4-0으로 달아나는 쐐기 득점을 올렸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주형의 과감한 주루가 5-0 승리에 힘을 보탠 것이다.
그러나 홍원기 키움 감독은 1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주형의 과감한 주루에) 심한 말이 나올 뻔했다"면서 "제가 혼내려고 했는데, 선수들이 대신 혼내더라. 선수들이 '너 미쳤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주형은 복귀 후 5경기에서 타율 0.182(22타수 4안타)로 아직 완전한 모습은 아니다.
홍 감독은 "이주형이 지금 타석에서 밸런스도 안 맞고 생각이 많은 것 같다"며 "한두 타석 정도 전환점이 필요하다. 계기만 있으면 워낙 영리한 선수니까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