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한풀이' 베이커 감독 "'아버지' 행크 에런 떠올라"

'WS 한풀이' 베이커 감독 "'아버지' 행크 에런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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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생활 29년 만에 첫 WS 우승…최고령 WS 기록까지

선수들이 따르는 '덕장'…추신수도 "제일 존경하는 감독"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샴페인 파티를 즐기는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샴페인 파티를 즐기는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위 플레이 포 더스티(We play for dusty·더스티를 위해 뛰자)."

2022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챔피언에 등극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기간에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올해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는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팀의 감독을 맡아 선수단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며 팀을 하나로 묶은 '노(老)감독' 더스틴 베이커(73·휴스턴)를 마지막 대관식이었다.

휴스턴은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WS 6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4-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9회초 2아웃에서 필라델피아 마지막 타자 닉 카스테야노스의 빗맞은 타구가 오른쪽 파울라인 근처에 뜨자 우승을 직감한 휴스턴 벤치는 환희에 휩싸였다.

베이커 감독은 우익수 카일 터커가 타구를 잡는 걸 마지막까지 확인한 뒤 차분하게 아웃카운트를 표기했고, 모두의 포옹을 받으며 떨리는 왼손으로 더그아웃 그물을 움켜쥐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현역 시절 스타 외야수로 이름을 날렸던 베이커 감독은 199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고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25시즌 동안 정규시즌 3천884경기에서 2천93승을 거둬 명예의 전당 자리를 예약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긴장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베이커 감독. 입에는 트레이드 마크인 이쑤시개를 물고 있다.
긴장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베이커 감독. 입에는 트레이드 마크인 이쑤시개를 물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에도 월드시리즈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패해 2천 승을 넘긴 12명의 감독 가운데 유일하게 반지가 없었던 베이커 감독은 올해 '무관의 한'을 푸는 데 성공했다.

두 차례 월드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만 73세로 '최고령 월드시리즈 감독' 기록을 세운 해에 숙원을 이룬 것이다.

휴스턴 선수들이 더스티 감독에 끝없는 존경을 드러내는 이유는 사분오열하던 구단의 선장을 맡아 난파선을 구조했기 때문이다.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딱 한 해 함께했던 추신수(현 SSG 랜더스)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을 만큼 선수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는다.

올해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헤레미 페냐가 "베이커 감독은 스포츠계의 전설이다. 선수들에게서 최고의 힘을 끌어내는 사람이고,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자신감을 준다. 그에게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공을 돌릴 정도다.

2017년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군 휴스턴은 2019년 11월 전자기기를 이용한 조직적인 사인 훔치기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MLB 사무국은 2017년 월드시리즈에도 휴스턴이 사인을 훔쳤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고, A.J. 힌치 감독과 제프 러나우 단장은 팀을 떠나야 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보고 기뻐하는 베이커(왼쪽 2번째) 감독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보고 기뻐하는 베이커(왼쪽 2번째) 감독

[EPA=연합뉴스]

이후 휴스턴은 뒷수습을 위해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덕장'인 베이커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내가 감독으로 있을 때는 결코 사인 훔치기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지휘봉을 잡은 베이커 감독은 모든 선수를 포용하는 리더십으로 휴스턴을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 2020년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2021년 월드시리즈 진출에 이어 올해 휴스턴에 진짜 실력으로 따낸 첫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베이커 감독은 우승의 기쁨을 지난해 86세를 일기로 타계한 전설적인 강타자 행크 에런에게 돌렸다.

에런은 1968년 애틀랜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베이커 감독을 마치 아들처럼 돌봐줬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지 확인하고,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도록 챙겨줬다.

이런 인연으로 에런을 '아버지'처럼 섬겼던 베이커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품은 뒤 "올해 1월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같았던 에런, 여기에 저를 남자로 만들어준 모든 이들이 생각난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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