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올해 32살의 이정민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이던 지난 2010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통산 11승의 디딤돌이 된 우승이었다. 이 대회 최연소 우승자라는 기록도 남겼다.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부드럽고도 빠른 스윙으로 장타를 펑펑 쳐냈던 이정민은 이제 10살 안팎 어린 후배들에게 밀려 더는 장타자는 아니지만, 지난달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경기력은 여전하다.
이정민은 15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총상금 9억원) 첫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지한솔을 6홀 차로 꺾었다.
14년 만에 다시 한번 두산 매치플레이 정상에 오를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64명이 16개 조로 나눠 치르는 조별리그에서는 승리하면 1점, 비기면 0.5점을 받고 승점을 가장 많이 모은 선수 1명이 16강에 오른다.
이정민이 이번에 우승하면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다.
KLPGA 투어에서 3승을 따낸 만만치 않은 지한솔을 상대로 이정민은 초반 9개 홀에서 6개의 버디를 몰아쳐 압승했다.
10번 홀에서 시작해 10, 11번 홀 연속 버디로 기선을 잡은 이정민은 15∼18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아내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1번 홀에서 지한솔의 컨시드로 7홀 차로 앞서간 이정민은 3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낸 지한솔에게 1홀을 내줬지만 4번 홀을 비기면서 5홀을 남기고 승리를 확정했다.
이정민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김자영에 이어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2번 이상 우승한 두 번째 선수가 된다.
또 시즌 2승으로 박지영, 이예원과 함께 다승 공동 1위에 오른다.
이정민은 "상대 선수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오늘 아이언 샷이 잘 됐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경기였다"면서 "그린이 어려운 코스인데 아이언 샷이 잘 붙어서 짧은 버디 찬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매치플레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이정민은 "드라이브, 아이언 샷 실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 선수가 쉽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부분을 잘 알기 때문에 끝까지 위압감을 주면서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고 매치플레이 우승자다운 전략도 공개했다.
이정민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 64명 가운데 매치 플레이 출전 횟수와 승리 경험이 가장 많다.
이정민은 조별리그에서 작년 상금왕과 대상, 평균타수 1위를 석권했고 올해도 벌써 2승을 올린 이예원을 제쳐야 16강에 오른다.
이정민은 16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박도은을 상대하고 17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예원과 16강 진출을 다툰다.
이정민은 "아무래도 올해 2승하고, 지난주에 우승한 선수지만 그래서 다 똑같은 선수라고 생각하려 한다"면서 "매치는 당일 컨디션이 제일 중요하다. 랭킹이 높다고 다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2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이예원은 무명이나 다름없는 박도은을 맞아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14번 홀까지 1홀 차로 끌려가던 이예원은 15번 홀과 16번 홀을 따내 경기를 뒤집었고 17, 18번 홀에서 박도은의 반격을 잘 막아내 1홀 차로 이겼다.
이예원은 16일 지한솔을 맞아 2차전을 치른다.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둬 필드 복귀 이후 최고 성적을 낸 장타자 윤이나는 김수지를 4홀 차로 꺾고 승점 1을 챙겼다.
방신실은 조아연에게 1홀 차로 져 16강 진출에 먹구름이 꼈다. 18번 홀에서 비길 수 있는 짧은 퍼트를 놓친 게 뼈아팠다.
전예성은 장수연에게 부전승을 따냈다. 장수연은 8번 홀까지 경기를 치른 끝에 손목 부상이 도져 기권했다.
장수연과 같은 조에 속한 서연정과 김우정은 각각 1승씩을 벌어놨다.
2022년 결승에서 이예원을 꺾고 우승했던 홍정민은 박도영에게 2홀 차로 져 정상 탈환이 쉽지 않아졌다.
김재희, 박현경, 박주영 등이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