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삼성 라이온즈의 외야수 이성규가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SSG 랜더스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5.16. [email protected]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꼭 다수의 장타자를 거느려야 하는 구단으로 꼽힌다.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팔각형 구조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오는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홈플레이트부터 107m에 불과해 홈런을 때리기가 수월하다.
야구 통계 사이트인 스탯티즈에 따르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파크 팩터는 1천54로 10개 구단이 이용하는 홈구장 중 타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구장이다.
그러나 삼성은 그동안 홈구장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오재일 등 팀 내 거포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제 몫을 하지 못했고, 눈에 띄는 선수도 새로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엔 리그 홈런 상위 10위에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엔 이야기가 다르다.
새 4번 타자 김영웅이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방문 경기에서 삼성 선수로는 올 시즌 처음으로 10홈런을 돌파했고, 구자욱도 8개의 홈런을 날렸다.
여기에 '만년 거포 유망주'로 꼽히던 이성규가 힘을 싣고 있다.
2016년 삼성에 입단한 이성규는 개인 통산 홈런이 13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 시즌 40경기에서 벌써 6개 홈런을 폭발했다.
이성규가 주로 교체 선수로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16일 SSG전에선 팀 승리를 이끄는 결승 홈런을 때려냈다.
그는 이날 2-3으로 뒤진 6회말 오재일의 대타로 출전했고, 3-3으로 맞선 8회초 2사 2루에서 SSG 세 번째 투수 조병현을 상대로 좌월 역전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볼카운트 2볼에서 시속 147㎞ 높은 직구를 받아 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삼성은 이 홈런을 발판 삼아 8, 9회 맹타를 몰아치며 SSG를 12-4로 대파했다.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한 이성규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 팀에 장타자가 많이 필요한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그동안 야구가 잘 풀리지 않아 많이 위축됐는데, 올 시즌엔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성규는 신장 178㎝, 체중 82㎏의 평범한 신체를 가졌지만, 남들보다 훨씬 굵은 팔뚝 근육을 이용해 홈런을 터뜨리는 장타자다.
경찰야구단 소속으로 뛰던 2018년엔 퓨처스리그에서 무려 31개의 홈런을 폭발하며 2군 홈런왕에 오르는 등 장타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성규는 제대 후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선 정상급 실력을 자랑했지만, 1군에만 올라오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은 2020시즌엔 10홈런을 치며 생애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으나 저조한 타율(0.181)로 더는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2022시즌엔 13경기에서 타율 0.074, 지난 시즌엔 109경기에서 타율 0.207, 1홈런에 그쳤다.
오랜 기간 '유망주' 꼬리표를 지우지 못했던 이성규는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