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전설적인 '대도'(大盜) 리키 헨더슨의 뒤를 이을 선수가 등장했다.
지난 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신시내티 레즈 내야수 엘리 데 라 크루스(22)가 그 주인공이다.
크루스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전에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 4타수 4안타에 무려 도루 4개를 곁들였다.
1회 첫 타석부터 단타로 출루한 뒤 2루를 가볍게 훔친 크루스는 타일러 스티븐슨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3회에는 선두타자로 등장해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3루를 훔쳤고, 스티븐슨이 단타를 쳐 또 홈을 밟았다.
5회에는 다저스 배터리에 악몽을 선사했다.
1사 후 볼넷을 골라 나간 뒤, 2루와 3루를 연거푸 훔쳐 4도루 경기를 완성한 것이다.
개인 첫 한 경기 4도루이며, 신시내티 소속으로는 2016년 빌리 해밀턴 이후 8년 만의 진기록이다.
이 도루로 크루스는 정규시즌 44경기 만에 30도루 고지를 밟았다.
신시내티 구단에 따르면, 44경기에서 30도루를 채운 선수는 1901년 이후 크루스가 6번째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크루스는 110도루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빅리그 역사상 단일시즌 100도루는 모두 20차례 나왔고, 1986년 빈스 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07도루) 이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빅리그 통산 최다인 1천406개의 도루를 기록한 헨더슨은 혼자서만 세 차례 100도루 시즌을 보낸 바 있다.
끊임없이 다저스 배터리를 괴롭히던 크루스도 마지막에는 한 번 '체포'됐다.
7회 단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를 시도했다가 다저스 포수 오스틴 반스의 송구에 잡힌 것이다.
크루스가 혼자 날뛴 이날 경기에서 신시내티는 다저스에 7-2로 승리했다.
6피트 5인치(약 195㎝)의 큰 키로 성큼성큼 베이스를 훔쳤던 크루스는 경기가 끝난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뛰는 게 좋다. 이곳에서 뛰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크루스는 타율 0.277에 홈런도 9개 때리는 등 호타준족다운 면모를 뽐낸다.
적장인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크루스는 전형적인 5툴 플레이어다. 그가 야구장에서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재능에 감탄만 하게 된다"고 완패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