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박현경이 1년 전 준우승을 설욕하고 '매치 퀸'에 올랐다.
박현경은 19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총상금 9억원) 결승에서 18번 홀(파5) 끝내기 버디로 이예원을 1홀 차로 꺾었다.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 이후 6개월여만의 우승이자 통산 5승째다.
우승 상금 2억2천500만원을 받은 박현경은 상금랭킹 1위(4억8천523만원)에 대상 포인트 1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박현경은 작년 이 대회 결승에서 성유진에게 졌던 아쉬움을 씻어냈다.
지난 12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 이예원은 박현경에게 막혀 2022년에 이어 이 대회 두 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4번째 매치플레이 대회에 출전한 박현경은 18승 1무 3패로 역대 4번째로 높은 승률을 찍었다.
박현경은 "2년 연속 결승에 오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하늘이 기회를 두 번 줬다. 이제 매치플레이를 잘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서 "이번 시즌을 앞두고 겨울 전지훈련 6주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던 보람이 있다. 상반기 우승, 메이저대회 우승, 그리고 대상 수상 등 3가지 목표 중에 하나를 이뤘으니 이제는 두 번째, 세 번째 목표를 향해 뛰겠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박현경은 "6년 전 고교 3학년 때 컷 통과를 목표로 US여자오픈에 출전했는데 이번에는 컷 통과가 아닌 더 높은 성과를 목표로 출전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결승전에서 만난 박현경과 이예원은 똑같은 브리지스톤 클럽을 사용하고 똑같은 파리게이츠 브랜드 경기복을 입는 데다 쇼트게임과 퍼팅이 주 무기인 닮은 꼴이라 눈길을 끌었다.
준결승전까지 6전 전승을 달렸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부전승을 거둬 하루를 쉰 사실까지 똑같았다.
박현경은 먼저 주도권을 잡았다.
1번 홀(파4)에서 홀에 딱 붙는 샷으로 손쉽게 버디를 낚아 앞서 나갔다.
4번 홀(파4)에서는 이예원이 두 번째 샷 때 섕크를 내며 볼을 숲으로 보낸 뒤 홀을 포기해 2홀을 앞선 박현경은 5번 홀(파4)에서 1m 버디를 잡아 3홀 차로 달아났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예원은 샷 정확도가 뚝 떨어져 일방적인 경기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예원은 7번 홀(파3)에서 티샷을 1m 거리로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반격에 나섰다.
10번 홀(파4)에서는 그린을 넘겼지만, 10m가 넘는 칩인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박현경은 10번 홀에서 4m 버디로 응수했지만, 살아난 이예원은 12번 홀(파5)에서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1홀 차로 좁혔다.
둘은 14번 홀(파3)에서 그린을 놓쳤는데 박현경의 어프로치는 홀을 5m나 지나갔고 이예원은 1m에 붙였다. 박현경의 파퍼트가 빗나가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예원은 15번 홀(파4)에서도 박현경의 어프로치 실수를 틈타 경기를 뒤집었다.
박현경은 물러서지 않았다.
17번 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이예원을 따라잡은 박현경은 18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핀 1.5m 앞에 떨궜다.
이예원이 먼저 시도한 3m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갔고, 박현경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현경은 "이예원이 무조건 넣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지막 버디 퍼트를 할 땐 손이 너무 떨렸다"면서 "17, 18번 홀에서 믿어지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이날 오전에 치른 4강전에서 이소영을 2홀 차로 이겨 2년 연속 결승에 올랐다.
이예원은 4강전에서 국가대표 동료이자 데뷔 동기인 장타자 윤이나를 3홀 차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소영은 3∼4위전에서 윤이나를 5홀 차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3위 상금은 7천650만원으로 4위 상금 5천400만원보다 2천250만원 많다.
이소영은 이 대회 개인 최고 순위를 남겼다.
두산 매치 플레이에 처음 출전하고도 4강까지 오른 윤이나는 최근 2개 대회에서 준우승-4위라는 성과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