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영국 vs 미국 맞대결에 재점화되는 '풋볼 vs 사커' 논쟁

[월드컵] 영국 vs 미국 맞대결에 재점화되는 '풋볼 vs 사커'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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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풋볼은 미식축구…골프 디오픈 대회 명칭 논쟁과 유사

축구와 미식축구 차이를 설명하며 축구는 풋볼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올린 사진
축구와 미식축구 차이를 설명하며 축구는 풋볼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올린 사진

[네티즌 Lazyz 소셜 미디어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축구'라는 종목의 영어 표기를 두고 '풋볼'(Football)과 '사커'(Soccer)의 대립이 최근 격화하고 있다.

흔히 미국에서는 '풋볼'이라고 하면 미식축구를 의미하고, 축구는 '사커'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축구 종가'를 자처하는 영국에서는 축구가 당연히 '풋볼'로 통용된다.

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는 27일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영국과 미국이 연달아 맞대결을 벌이면서 이 논쟁이 경기장 밖에서 가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연방 소속인 잉글랜드와 웨일스, 미국이 나란히 B조에 속해 잉글랜드와 미국, 웨일스와 미국이 모두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알자지라는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를 전후해 소셜 미디어에는 '이 경기는 사커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난무했고, 미국 스포츠 매체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미국 팬들이 모여 '이것은 사커'라는 구호를 외치는 동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아일랜드에서도 축구를 '사커'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미국축구협회의 영문 표기는 'US 사커', 호주 축구대표팀의 별명은 축구와 캥거루를 결합한 것인데 '풋볼루'가 아닌 '사커루'다.

미국 축구팬의 응원
미국 축구팬의 응원

(알코르=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잉글랜드와 미국 경기.
미국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2.11.26 [email protected]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사커'라고 하더라도 국제축구연맹의 공식 표기가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의 줄임말인 만큼 '풋볼'이 더 우세한 표기인 것은 틀림없다.

알자지라는 미국 미시간대 스포츠 매니지먼트 교수인 스테펀 스지만스키의 말을 인용해 "사커라는 단어의 기원은 미국이 아니라 영국"이라며 "이 종목을 19세기에 '합동 풋볼'(Association Football)이라고 불렀는데 당시 영국 대학생들이 앞의 단어 'Association'의 가운데 부분인 'ssoc'을 변형해 '사커'(Soccer)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스지만스키 교수는 "영국에서도 20세기 중반 이후까지 '사커'라는 단어를 썼다"며 그 증거로 1970년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지낸 맷 버스비(스코틀랜드)의 자서전 제목에 '사커'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버스비의 자서전 제목은 '정상에서의 축구 : 축구와 함께 한 내 인생'(Soccer at the Top: My Life in Football)이다.

그러나 이후 영국에서 '사커'라는 표현이 사라진 이유로 스지만스키 교수는 '반 미국주의'라고 지목했다.

"미국에서는 축구를 '풋볼'이 아닌 '사커'라고 부른다는 사실이 영국에 널리 알려진 이후, 영국식 영어에서 '사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알자지라는 "북미 지역에서는 축구 외에 미식축구, 럭비 등 이른바 '풋볼' 장르의 종목들이 여럿 있었다"며 "그 가운데 미식축구가 가장 큰 인기를 끌면서 '풋볼'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합
경합

(알코르=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 잉글랜드 루크 쇼와 미국 웨스턴 매케니가 공중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2022.11.26 [email protected]

에드워드 화이트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는 "미국에서 축구를 '풋볼'이라고 부르면 혼란이 생기게 된다"며 "미국에서 '내셔널 풋볼 리그'는 (프로미식축구인) NFL"이라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는 "미국 내에서 사커 대신 스페인식으로 'futbal'이라고 표기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시지만스키 교수는 "'풋볼'이 다른 종목을 가리키는 나라에서 '사커'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혼란을 피하려는 단어 선택을 반대하는 것은 일종의 광기"라고 '사커'라는 단어를 옹호했다.

이와 비슷한 미국과 영국의 논쟁 사례로는 영국에서 열리는 골프 메이저 대회가 있다.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오픈 대회라는 전통과 권위를 존중해 대회 명칭을 '디 오픈'(The Open)이라고 정해 부르지만 영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브리티시 오픈'이라고 한다.

열성적인 '디 오픈' 파에서는 '브리티시 오픈'이라는 표현을 두고 골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대회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회 명칭 자체가 '디 오픈'인데 왜 '브리티시 오픈'이라고 부르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AP통신, AFP통신 등 외국 유수의 매체들도 '브리티시 오픈'이라는 표현을 훨씬 많이 사용한다.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2017년 인터뷰에서 "나는 디오픈이라는 명칭을 더 선호하지만, 명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는 브리티시 오픈이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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