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골프 선수로 만들어주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이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154번째 출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승을 안은 배소현(30)은 부친 고(故) 배원용 씨를 떠올렸다.
생전에 배씨는 대한골프협회 국가대표 코치 출신으로 어린 배소현을 지도하며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배소현이 2011년 10월 입회해 2017년 정규투어에 오른 뒤에도 약 2년간 딸의 캐디백을 멨다. 그리고 2019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야속하게도 2019년은 배소현이 정규투어에서 두 시즌 간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하고 다시 드림투어로 돌아간 해였다.
약 5년이 흘러 마침내 정상에 오른 배소현으로서는 이 기쁨의 순간을 아버지와 함께 누리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소현은 26일 경기도 여주 페럼 클럽(파72)에서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9억원) 우승을 차지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부친을 회고했다.
배소현은 "2부 투어에서 뛸 때 저도 골프 선수로서의 저 자신을 믿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아버지는 저를 믿어주셨었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너무 전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은 모친과 대회에 동행하는 배소현은 "아빠가 캐디를 해주셨던 코스를 오면 엄마와 그때 어떤 일이 있었다고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면서 "나름대로 제가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 우승으로 그게 연장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애써 밝게 말했다.
심리적으로는 우승에 대한 욕심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배소현은 "그동안 챔피언조에서 시작할 때마다 욕심을 내려놓고 플레이했는데 (오히려) 잘 안됐다"며 "이번엔 그냥 욕심을 갖고 독하게 쳤다"고 돌아봤다.
배소현은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017년 242.30야드에서 올해 255.53야드로 많이 늘어났다.
배소현은 "(수술받은) 허리를 재활하면서 거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박)현경이가 '회춘샷'이라고 놀리기도 한다"면서 "30대 선수가 롱런하기 위해선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주에도 내내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앞으로의 목표로는 해외 경험을 입에 올렸다.
배소현은 오는 31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을 언급한 뒤 "골프선수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세계랭킹을 많이 올려야 하고 결국 우승이 필요하더라"면서 "할 수 있으면 해외 투어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