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11개월 만에 트로피를 추가하며 통산 3승을 달성한 한승수(미국)는 최근 '54세 생일'에 정상에 오른 베테랑 최경주의 활약을 보며 깨달음을 얻은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한승수는 26일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열린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긴 하루였다. 선두에서 시작하는 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면서 "코스가 워낙 어렵지만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비가 오면서 잠시 쉬어간 게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한 타를 줄인 한승수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김연섭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17년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1승을 거둔 그는 2020년부터 활동한 KPGA 투어에선 3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날 3라운드에서 2타 차 단독 1위로 나서 선두를 지켜낸 한승수는 "마지막까지도 몇 타 차인 줄 잘 몰랐다"면서 "오늘 김연섭의 흐름이 종일 좋아 제게도 도움이 됐다. 지키려고만 했으면 어려웠을 텐데, 버디가 계속 나오면서 집중할 수 있었다"고 요인을 꼽았다.
이어 "16번 홀(파3)이 우승에 결정적인 발판이 된 것 같다. 원래 버디를 생각하며 치는 홀이 아닌 데다 오늘 핀 위치도 어렵고 비도 왔는데, 강했던 버디 퍼트가 운 좋게 맞고 들어가면서 큰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시즌 한승수는 앞선 6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한 채 지난주 SK텔레콤 오픈 공동 34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주춤한 시기를 보내다가 우승으로 극복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크게 안 되는 것은 없었는데, 집중력이나 흐름을 살리는 면이 부족해서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배가 부른 것'은 아니지만, 괜히 아픈 것 같고 좀 지쳤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상태였다. 절실함이 떨어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남자 골프의 '전설' 최경주가 54세 생일에 우승을 일궈 화제를 낳은 지난주 SK텔레콤 오픈은 한승수에게도 '영감'을 안긴 대회가 됐다.
한승수는 "최경주 프로님이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대회 과정을 보며 많이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이동 경로 등도 쉽지 않고 몸을 예열하는 데도 더 걸리실 텐데, 내가 핑계 댈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상황이 좋든 좋지 않든 묵묵히 하시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아시안투어와 병행하며 일정 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우승으로 스스로 증명한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시즌 목표 설정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다음 달 열리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은 그가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해 우승 욕심을 낼 법한 대회다. 지난해 한국오픈에서 한승수는 4라운드 내내 공동 선두조차 허용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룬 바 있다.
그는 "경기력이 올라오는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게 큰 힘이 될 것 같다"면서 "이번 대회장과 한국오픈이 열리는 우정힐스가 비슷한 면도 있고, 끈기와 인내가 요구되는 어려운 코스에서 잘해왔기에 올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 보겠다"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