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우리가 새로 데려온 용병(외국인 선수)이에요. 쳤다 하면 스탠드에 장외로 보내요."
다부진 체구의 한 선수가 힘찬 스윙으로 연습 배팅 타구를 담장 밖으로 보내자 이강철 프로야구 kt wiz 감독은 마치 자식을 자랑하는 부모처럼 신이 났다.
이 감독의 칭찬을 받은 선수는 올해로 입단 3년 차인 외야수 안현민(20)이다.
이 감독은 2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사병으로 군대 가더니 (체구가) 터미네이터가 돼서 돌아왔다. 힘이 어찌나 좋은지 타구 속도가 시속 170㎞가 넘는다더라"며 칭찬을 이어갔다.
안현민은 마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22년 2차 4라운드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선수다.
처음에는 포수로 입단했지만, 공격력을 극대화하고자 곧바로 외야수로 전향했다.
입단 후 첫 시즌만 보내고 강원도 양구 21사단에서 취사병으로 현역 복무한 그는 올해 2월 제대하고 팀에 합류했다.
올 시즌 퓨처스(2군) 리그에서는 11경기 타율 0.290(31타수 9안타), 1홈런, 9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며 'kt 타선 미래'로 자리매김했다.
안타 9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개(2루타 1개, 3루타 2개, 홈런 1개)가 장타고, 고교 시절에는 '도루하는 포수'로 불릴 만큼 발도 빠른 선수다.
안현민은 2군 유망주에게 1군 견학 기회를 주는 kt 구단의 '빅토리 프로젝트'에 따라 24일부터 26일까지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볼 기회를 얻었다.
여기서 괴물 같은 연습 배팅 타구를 연달아 생산하면서 이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 감독은 "우리 팀도 이제 장타를 쳐줄 선수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최형우(KIA 타이거즈)와 김재환(두산 베어스)처럼 포수 출신 외야수로 기대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에 돌아온 안현민을 따로 불러서 "수비만 되면 쓸 테니까 열심히 하라"고 격려까지 했다.
안현민은 "감독님께서 저를 알고 계시고, 어떤 선수인지 파악하고 계신 거니까 다른 선수와 비교하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저는 수비를 해야 한다. 당장 되는 건 아니니까 차근차근 하나씩 올라가야 한다. 할 것을 하나씩 하다 보면 감독님께서 때가 됐을 때 불러주실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입단 당시 91㎏였던 안현민은 군대에서 10㎏이 늘었다.
몸을 둔하게 만드는 살이 아니라, 힘의 원천이 되는 근육이다.
안현민은 "훈련소 때만 체중이 8㎏ 늘었다. 자대에 가서는 2㎏만 쪘다"며 "운동하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취사병이라고는 해도,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은 부대에서 일해서 크게 시간에 쫓기지는 않았다"고 했다.
현재 안현민은 퓨처스리그에서 좌·우 코너 외야수를 먼저 연습 중이다.
1군에는 배정대라는 붙박이 중견수가 있기 때문에, 팀 사정상 좌익수나 우익수로 준비하는 게 낫다.
팀 내부적으로는 안현민을 두고 "강한 스윙으로 타격해 타구 스피드와 비거리가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상체를 숙인 타격 자세 때문에 또 한 명의 포수 출신 강타자 홍성흔(전 두산 베어스)이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다.
안현민은 "공격이 내 최고 장점이고, 잘 치고 잘 뛰는 것이 장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군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복무로 인해) 공백이 있다 보니까 직구와 변화구를 보는 건 어려움이 없는데, 타이밍을 잡는 건 아직 힘들다"고 토로했다.
젊은 패기로 무장한 선수답게, 목표는 크고 높다.
이 감독이 최형우와 김재환 등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출신 장타자'를 거론한 것에 대해 안현민은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자신 있다"고 했다.
본보기로 삼은 선수는 지난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초로 40홈런-70도루 클럽에 가입한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안현민은 "미국은 한국과 비교하면 저돌적인 성향이 있다. 저부터가 그런 취향이라 아쿠냐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