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 "오늘 일은 이미 예정됐던 것 같습니다. 75타를 치든, 65타를 치든, 70타를 치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이었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3년 만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대회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우승한 닉 던랩(20)은 22일(한국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패기 넘치는 소감을 밝혔다.
세계 톱랭커들이 즐비한 PGA 투어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PGA 투어 역사에서도 1950년 이후 프로 대회에서 우승한 아마추어 선수는 단 4명에 불과하다. 1991년 필 미컬슨 이후로 나오지 않았던 아마추어 선수의 우승을 앨라배마대학 2학년생인 던랩이 해낸 것을 두고 골프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아마추어 골프 경력은 이번 우승이 결코 '이변'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던랩은 2021년 US주니어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와 2023년 US아마추어 선수권대회를 석권했다. 이런 기록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만이 갖고 있었다.
특히 작년 US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스트로크 플레이 예선에서 던랩은 7개홀까지 5오버파를 치는 부진을 딛고 매치 플레이 본선에 진출, 우승까지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의 강한 승부욕은 지난 2년 동안 매치 플레이 전적 30승 2패에서도 알 수 있다.
던랩은 2022년과 2023년 메이저 대회 US오픈과 작년 11월 PGA 투어 버뮤다 챔피언십에서도 프로 선수들과 경쟁했지만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 3라운드에서는 12언더파 60타를 치는 매서운 실력을 뽐낸 끝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던랩은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당장 프로로 전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던랩은 작년 US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PGA 챔피언십,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을 확보했는데, 이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던랩이 2024시즌에 프로로 전향하지 않더라도, 시즌이 끝난 후 30일 이내에만 프로로 전향하면 2025시즌 PGA 투어 회원이 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