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보살 팬'들로 유명한 한화 이글스는 KBO리그에서 꼴찌 팀의 대명사가 됐다.
1986년 창단 초기에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불리던 강팀이었지만 최근 15년 동안 가을야구는 2018년 한 번뿐이고 꼴찌는 8번이나 했다.
1999년 딱 한 번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한화는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기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용하다는 감독은 대부분 모셔 왔지만 아무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이른바 '삼김'(三金)으로 불리는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감독이 한화 사령탑을 끝으로 KBO리그에서 은퇴했다.
2020시즌이 끝난 뒤에는 구단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 역시 한화를 반등시키지 못한 채 지난해 5월 경질됐다.
그 후임이 최원호 감독이다.
운동역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구파이자 한 차례 감독대행까지 경험했던 최원호 감독은 한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는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깜짝 1위에서 10위까지 롤러코스터를 탔던 최 감독은 결국 전반기도 끝나기 전에 물러나게 됐다.
최 감독은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함께 옷을 벗었다.
한화 구단은 두 사람이 자진 사퇴했다고 발표했으나 구단 사장과 감독이 전반기도 끝나기 전에 사퇴한다는 것은 모그룹에서 경질했다고 보는 게 야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과정에 손혁 단장만 홀로 남아 뒷수습을 맡게 됐다.
최근 한화는 김성근 감독부터 한용덕-수베로-최원호까지 4명 연속 감독이 중도 사퇴했는데 성적 부진이 과연 감독만의 책임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 야구에서는 그라운드 못지않게 프런트의 역할이 커진 지 오래다.
경기에서는 감독이 지휘봉을 잡지만 경기할 선수들을 모으는 것은 단장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9-10-10-10-9위'에 그쳤다.
오랜 기간 바닥을 헤맨 덕에 매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 2위 순위 유망주를 뽑을 수 있었지만, 팀 전력에는 아직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젊은 피'가 수혈되지 못하는 상황이 감독 잘못인지,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 잘못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게 묻고 있는 한화가 반드시 새겨야 할 사실도 있다.
KBO리그에서도 큰돈 들이지 않고 야구를 꾸준히 잘하는 팀은 프런트가 강한 팀이며 단장을 비롯한 베테랑 직원들이 오랜 기간 선수단을 끊임없이 리빌딩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