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은 '골프 해방구'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골프 갤러리는 엄격한 관람 매너를 지켜야 하지만, 이 대회에서만큼은 음주는 물론 함성과 야유 모두 허용된다.
그런데 올해 들어 유독 사건 사고가 빈발하면서 축제 분위기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1일에는 16번 홀(파3) 관람대에서 관객이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에 따라 대회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내 술 판매를 중단했고, 갤러리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한때 관객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2만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16번 홀 관람대는 로마 제국 시절 검투사들의 경기장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콜로세움'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골프 해방구'의 몸살은 16번 홀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 대회를 잘 아는 베테랑 선수들도 이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불만을 터뜨리는 장면이 여럿 포착됐다.
PGA 투어 12승의 잭 존슨(47·미국)은 3라운드 15번 홀(파5)에서 관중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흥분한 존슨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입을 다물라"고 소리치고는 티박스를 떠났다.
투어 7승을 거둔 빌리 호셜(37·미국)은 같은 조 선수가 스윙할 때 한 관객이 소란스럽게 굴자 "샷을 할 땐 조용히 하라. 샷을 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라고 욕설을 섞어 말했다.
세계랭킹 1위 출신 조던 스피스(30·미국)는 백스윙할 때 한 팬이 소리를 지르자 샷을 마치고 항의의 표시로 클럽을 땅에 던졌다.
미국 매체 골프채널은 "카메라에 잡힌 것만 이 정도"라면서 "일련의 상황은 '피닉스오픈의 파티 분위기가 너무 지나치진 않나' 하는 질문을 던진다"고 짚었다.
골프위크는 "PGA 투어는 피닉스오픈이 재미있길 바라겠지만, 그 모든 재미가 파괴적인 비용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선수 안병훈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모든 홀이 통제 불능이다. 샷을 하고 난 뒤 야유하는 것은 괜찮지만, 많은 사람이 치기도 전에 소리를 질렀다"면서 "수년간 여러 차례 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오늘 이전까지는 괜찮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