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주 무기는 익히 알려진 대로 체인지업(Change Up)이다.
2006년 한화 이글스 입단 첫해 팀 선배 구대성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배운 뒤 고작 닷새 훈련하고 실전에서 던졌다고 한다.
그때 배운 체인지업에 대해 류현진은 예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여태까지 야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공"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체인지업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KBO리그 시절 최고 140㎞대 중후반의 패스트볼을 던졌던 류현진은 국내에서는 '파워 피처'로 통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저 평범한 구속이었다.
그런데도 체인지업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필살기'로 주목받았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물론 릭 허니컷 투수코치조차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다른 투수와 확실하게 구별되는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그동안 선수 생명을 걸고 세 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고교 2학년 때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은 데 이어 2015년에는 재기 가능성이 7%에 불과하다는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했다.
어깨 수술을 받고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ERA) 1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재기했던 류현진은 삼십 대 중반인 지난해 다시 팔꿈치 인대 수술을 했다.
나이를 감안하면 복귀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2안타 2볼넷 2실점(비자책)으로 막아 4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긴 주 무기 역시 체인지업이었다.
총 86개의 투구 수 중 24개를 기록한 체인지업은 삼진 3개를 뽑는 결정구가 되며 고비마다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또한 현란하게 춤을 추는 체인지업과 함께 류현진이 보여준 송곳 같은 제구력도 대단했다.
경기 중계한 현지 해설자는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보통 구속이 먼저 올라오고 제구력을 잡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데 류현진은 다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상대 팀의 데이비드 로스 컵스 감독은 "구속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류현진은 던질 줄 아는 선수"라며 "체인지업이 정말 굉장하다"고 평가했다.
사실 오른손잡이로 태어났지만 '야구는 왼손이 유리하다'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좌완투수로 성장한 류현진이 어떻게 이런 감각을 지니게 됐는지는 불가사의다.
류현진은 체인지업만 잘 던지는 것도 아니다.
KBO리그 시절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했던 류현진은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낙차 큰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다.
또 슬라이더는 고속 슬라이더를 거쳐 이제는 컷패스트볼로 사실상 진화했다.
다저스와 토론토에서 류현진과 함께했던 우완투수 로스 스트리플링(3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어떤 투수들은 한 가지 구종을 익히기 위해 자신의 커리어 내내 연습하기도 하는데 류현진은 자고 나면 구종을 하나씩 추가하는 기분"이라고 감탄했었다.
타고난 오른손잡이가 어떻게 왼손으로 그렇게 섬세한 투구를 할 수 있는지 볼수록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