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kt wiz 윌리엄 쿠에바스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익살맞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 8.15.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1-0' 승부는 양 팀 선발 투수들의 피를 말린다.
타선의 지원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승부를 펼치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실투로 승부가 판가름 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공 하나하나에 혼을 싣는다.
kt wiz의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2)는 잊지 못할 1-0 승부의 기억을 갖고 있다.
2021년 10월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BO리그 정규시즌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크)에서다.
쿠에바스는 선발 등판 후 단 이틀만 쉬고 사흘 만에 등판해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1-0 승리를 이끌었고, kt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쿠에바스는 다시 한번 1-0 명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쿠에바스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1-0 승리를 이끌었다.
쿠에바스의 투구는 완벽했다. 그는 3회까지 퍼펙트로 막았고, 4회 무사 1루, 5회 1사 1루 위기에서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7회엔 2사 1, 2루에서 대타 강승호를 삼진 처리하며 0-0 행진을 이끌었다.
kt 타선도 상대 선발 라울 알칸타라에게 꽁꽁 묶였으나 알칸타라가 내려온 8회초 공격 때 김민혁의 적시타로 천금 같은 1점을 얻어 승리했다.
경기 후 만난 쿠에바스는 "2년 전 타이 브레이크가 생각났다"며 "오늘 힘든 경기를 했지만, 매우 재밌었다. 팀 승리를 위해 매 순간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7회를 마친 뒤 트레이닝실에서 팔을 풀고 있었는데, 김민혁의 적시타가 터지더라"라며 "나도 모르게 막 뛰면서 기뻐했다"라고 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인터뷰를 이어가던 쿠에바스는 "행복한 하루였다"라며 "팀의 연승에 힘을 보태 더욱 기쁘다"고 했다.
kt는 이날 승리로 3연승을 하면서 2위 SSG 랜더스와 격차를 2경기 차로 줄였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 머물던 kt는 어느덧 최상위권을 바라보고 있다.
쿠에바스는 "우리는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분위기라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할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쿠에바스는 최근 호투 행진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8월 이후 3경기에서 2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43의 특급 피칭을 펼치고 있다.
7월 네 차례 선발 등판 경기에선 평균자책점 5.56으로 다소 흔들렸으나, 지금은 강력한 모습으로 kt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하체 부담이 적은 투구폼으로 훈련했고, 그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며 "시즌 후반이 되면서 점점 몸 상태가 올라가는 것 같은데, 더 좋아질 것이다. 포스트시즌을 맞춰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