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방어'로 풀세트 승리 이끈 KB손보 고교생 리베로 이학진(의정부=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백업 리베로 이학진(19)은 다음 달 순천제일고 졸업을 앞둔 고교생이다.
그는 작년 10월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때 2라운드 1순위로 지명받았다.
드래프트에는 작년 7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19세 이하(U-19) 세계선수권 때 한국의 8강 진출을 합작했던 아웃사이드 히터 방강호와 이준호(당시 이상 제천산업고)도 함께 나왔다.
방강호가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고, 이준호는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에 둥지를 틀었다.
방강호가 데뷔전을 치른 가운데 '고교 빅3'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이학진 역시 지난해 12월 21일 우리카드전에서 3세트에 투입돼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7일 삼성화재전에서도 1세트만 뛰었던 이학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1일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홈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세 세트를 출장하며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 것.
접전이 펼쳐진 3, 4, 5세트에 잇달아 기용된 그는 상대 외국인 주포 디미타르 디미트로프(등록명 디미타르)와 토종 공격수 전광인, 차지환 등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그는 상대 공격수의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디그를 11차례 시도해 10개를 성공했다.
KB손해보험이 최종 5세트 듀스 랠리까지 펼쳐진 접전에서 승리해 종전 4위에서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이학진의 숨은 활약이 디딤돌이 됐다.
하현용 KB손해보험 감독대행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학진을) 데려올 때부터 유망주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발이 빠르고 위치 선정 능력이 뛰어나다. 몇 경기 들어갔는데 오늘 같은 활약을 보여줄 줄 몰랐다.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 감독대행은 이어 "원래 많은 세트를 뛰게 할 계획은 없었는데 우리 팀이 블로킹과 수비 모두 안 돼서 수비적인 부분에서 좋은 이학진을 투입했는데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이학진은 코트에 들어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자신에 놀란 눈치다.
그는 "이런 기회가 올 줄 몰랐는데, 차근차근히 하다 보니 기회가 주어졌고,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형들이 '나이스, 나이스'라고 외치며 몇 개만 더 건져 올리라고 이야기해줬다"면서 "경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방송) 인터뷰를 못 한 게 아쉽지만, 감독님의 선택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 기쁘다"고 전했다.
자신의 장점에 대해 "빠른 발과 팀 사기를 올리는 파이팅, (안정된) 수비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자신의 롤모델로 소속팀 주전 리베로인 김도훈을 지목했다.
그는 "형들과 미팅을 통해 조정해서 (상대 공격의) 길목에 서 있었는데 잘 된 것 같다"면서 자신의 약점인 리시브를 더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4세트 22-23에서 상대 공격수 전광인의 파이프(중앙 백어택)를 걷어낸 것을 꼽은 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더 멋진 디그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