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김수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지난 2년 동안 9, 10월에만 4차례 우승을 거둬 '가을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1년 KG 레이디스 오픈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그리고 작년에는 OK 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올해 김수지는 지난 달 27일 끝난 한화 클래식에서 시즌 첫 우승을 신고했다.
8월이지만 가을로 접어드는 처서가 지난 시점이라 김수지의 다섯 번 우승은 모두 가을에 나온 셈이다.
김수지는 지난해 처서가 지난 뒤 치른 11차례 대회에서 2차례 우승을 포함해 9번 톱10에 올랐다.
벌어들인 상금이 무려 7억4천564만원에 이른다. 시즌 상금 10억8천258만원의 70% 이상을 가을에 쓸어 담았다.
'가을 여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김수지만큼 가을에 강한 선수가 또 한명 있다.
2021년과 작년 상금왕 2연패를 달성했고 올해도 강력한 상금왕 후보인 '절대 강자' 박민지도 가을에 강하다.
18승을 올린 박민지는 2021년까지는 가을에 약했다. 10승을 올리는 동안 가을에 거둔 우승은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가을에 부쩍 힘을 냈다.
역시 처서가 지난 시점부터 박민지는 8개 대회에 출전해 3승을 따냈다.
그때 벌어들인 상금이 8억원이 넘는다. 김수지만큼은 아니지만 시즌 상금이 14억7천792만원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난가을에 유난히 수확이 풍성했다.
김수지는 가을에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특징이고, 박민지는 선택과 집중이 돋보였다.
김수지는 지난해 한화 클래식부터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까지 11개 대회를 쉼 없이 달렸다.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공동 11위와 에쓰오일 챔피언십 공동 26위 등 딱 두 번 톱10에 입상하지 못했는데 나머지 9번 경기에서는 우승 2번과 준우승, 3위, 4위, 5위, 7위를 차지했다.
출전한 대회마다 우승 경쟁을 펼친 셈이다.
박민지는 체력 관리 차원에서 쉰 대회가 더러 있어서 같은 기간 출전 대회는 8번이다.
공동 23위, 공동 25위, 공동 35위, 그리고 중도 기권 한번 등 절반인 4개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나머지 4차례 대회에서 우승 3번, 준우승 한번을 찍었다.
3승 가운데 2승은 메이저대회였고, 1승은 시즌 최종전에서 따냈다.
코스가 어렵고, 상금이 많은 대회에서는 기가 막힌 경기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올해 '가을 여왕' 대결 첫판은 김수지의 승리였다.
처서가 지나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운데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김수지는 우승을 차지했다.
김수지는 "연습 라운드 때 선선한 바람이 불기에 자신이 생겼다"고 가을바람을 반겼다.
하지만 박민지도 공동 8위에 오르며 크게 밀리지 않았다.
둘은 오는 7일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대결한다.
1, 2라운드 조 편성에서는 엇갈렸지만 주말 3, 4라운드에서는 챔피언조 대결도 기대된다.
이 대회뿐 아니다.
둘은 앞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특급 대회에서 '가을 여왕' 타이틀을 놓고 격돌할 예정이다.
가을에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 2개, 총상금 15억원짜리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3라운드 대회인데도 총상금 8억원에 우승 상금 1억8천만원인 대보하우스디 오픈, 총상금 12억원의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 그리고 우승 상금 2억원의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등이 열린다.
이 가운데 박민지와 김수지는 각각 2차례 타이틀 방어전도 치른다.
박민지와 김수지가 벌이는 '가을 여왕' 각축전이 KLPGA 투어에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