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에도 부진을 떨치지 못한 '전차군단' 독일 축구대표팀의 한지 플리크 감독이 일본과의 평가전 1-4 완패의 여파 속에 전격 경질됐다.
독일축구협회(DFB)는 10일(현지시간) 플리크 감독과 마르쿠스 조르크, 대니 뢸 코치를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베른트 노이엔도로프 DFB 회장은 "협회 내부에서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를 낸 남자 대표팀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경기 성과가 최우선 순위기 때문에 이런 결정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치러지는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를 앞두고 각성하는 분위기와 확고한 기대가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루디 푈러 독일 국가대표팀 단장도 "일본과의 경기는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진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면서 "쉬운 순간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는 유로 2024에서 개최국으로서 수준이 있고, 야심에 찬 역할을 하기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하고, 무엇인가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독일 축구 대표팀이 1926년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이후 사령탑을 '경질'한 건 최초의 사례다.
독일 프로축구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2019-2020, 2020-2021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등을 이룬 뒤 2021년 8월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플리크 감독은 2년여 만에 떠나게 됐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에도 신임을 얻었던 플리크 감독이 불명예 퇴진하게 된 건 최근 A매치에서 부진이 거듭되면서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한 독일은 카타르 월드컵 이후 첫 A매치인 올해 3월 페루전에서 2-0으로 승리했으나 그 뒤론 1무 4패로 추락했다.
3월 두 번째 경기에서 벨기에에 2-3으로 졌고, 6월 첫 경기에서 우크라이나와 3-3으로 어렵게 비긴 뒤 폴란드(0-1)와 콜롬비아(0-2)엔 내리 졌다.
반전이 절실하던 독일은 한국시간 10일 일본을 홈으로 불러들였지만, 무려 1-4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독일 대표팀이 A매치에서 3연패를 당한 건 서독 시절인 1985년 이후 약 38년 만의 일이었다.
'수모'로 여겨질 만한 부진한 성적에 결국 유로 2024 본선을 9개월가량 남기고 사령탑 경질이라는 초강수가 던져진 것이다.
독일 대표팀은 일단 푈러 단장과 20세 이하(U-20) 대표팀 하네스 볼프 감독, 잔드로 바그너 코치의 대행 체제로 한국시간 13일 오전 4시 프랑스와의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플리크 감독의 후임으로는 젊은 명장으로 주목받아 온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1987년생인 나겔스만 감독은 독일 호펜하임과 라이프치히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플리크 감독의 뒤를 이어 2021∼2023년 바이에른 뮌헨을 이끈 바 있다.
뮌헨에서 2021-2022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일궜으나 UCL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등에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2022-2023시즌엔 리그 정상 수성마저 위기에 놓이자 올해 3월 경질돼 현재는 소속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