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전차 군단' 독일 축구대표팀은 최근 실적만 보면 더는 유럽의 강호가 아니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 리그A 3조 6경기에서 1승 4무 1패로 어렵게 3위를 지킨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때는 완전히 수렁에 빠졌다.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 일본과 스페인에 밀려 조 3위로 탈락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2개 대회 연속 16강행 실패다.
'탈락 이후'가 더 처참하다는 사실이 독일 축구 팬들을 울린다.
지난 3월 월드컵 이후 첫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인 페루전에서 2-0 완승을 거둘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1무 4패로 추락했다. 3월 벨기에에 2-3으로 패한 독일은 6월 우크라이나(3-3무)와 어렵게 비겼다. 이마저도 후반 추가 시간 요주아 키미히(바이에른 뮌헨)의 페널티킥 득점이 나와 패배를 면했다.
이후 폴란드(0-1패), 콜롬비아(0-2패)에 내리 졌다.
반전이 절실하던 독일은 한국시간 10일 일본을 홈으로 불러들였지만, 무려 1-4로 무릎을 꿇었다. 카타르 월드컵 패배의 '복수전'을 꿈꾼 터라 더욱 뼈아픈 결과다.
3연패한 독일의 다음 상대는 한때 유럽의 패권을 두고 다투던 프랑스다. 두 팀은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4시에 격돌한다.
프랑스는 간발의 차로 우승을 놓친 카타르 월드컵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월드컵 직후 첫 경기부터 네덜란드를 4-0으로 격파한 프랑스는 이후 3, 6월에 거쳐 4경기를 모두 잡았다.
기세가 매서운 프랑스전을 앞두고 일본에 대패하며 독일 축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주장 일카이 권도안(바르셀로나)은 일본적 직후 RTL방송에 "일본 선수들이 공수에서 우리보다 명백히 뛰어났다. 이런 수준의 경기에서는 없어야 할 실수가 너무 많았다"고 자책했다.
루디 푈러 독일 국가대표팀 단장도 "모두가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며 "1-4 패배는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더불어 푈러 단장은 한지 플리크 감독의 거취에 대한 취재진 질의에도 확고한 지지의 뜻으로 답하지 못했다.
독일축구협회는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도 플리크 감독이 자국이 개최하는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까지 대표팀을 이끌도록 그간 신뢰를 보여왔다.
푈러 단장은 '플리크 감독이 유로 2024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합한 인물이 맞냐'는 질의에 "일단 돌아가서 조금 진정한 후에 내일 훈련에 임해야 한다. 프랑스라는 어려운 상대와 경기가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각자 조금씩은 반성하면서 다음 경기를 생각해야 한다.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가서 보자"라고만 답했다.
A매치 150경기 출전에 빛나는 독일 축구의 '전설'로, 축구 평론가로 활동하는 로타어 마테우스는 플리크 감독뿐 아니라 축구협회·선수단 전체에 날카로운 비판을 쏟았다.
현지 매체 빌트에 따르면 마테우스는 "독일축구협회에서 몇 달간 벌어진 일을 난 안다. 플리크 감독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푈러 단장이 있긴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에른 뮌헨(독일) 시절 대단히 존경받던 플리크 감독은 일정 부분 신뢰를 잃었다"며 "난 이제 선수들이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플리크 감독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말만 하는데, 몇 달간 선수들이 보여준 게 뭐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수세에 몰린 플리크 감독은 일본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거취에 대한 질의에 "이 직책에는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플리크 감독은 "축구는 워낙 역동적이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 "프랑스전을 준비하겠다. 팀에 용기를 북돋아 주겠다"고 덧붙였다.
플리크 감독은 2021년 8월 독일축구협회와 3년 계약을 맺었다.
2019년 독일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에 취임한 플리크 감독은 2019-2020, 2020-2021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2019-202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020년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등 실적을 낸 지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