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 감독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모처럼 깔끔하게 면도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경기를 잡아서 면도한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멋쩍게 웃으며 "그런 건 아니고 복잡한 심경을 깔끔하게 정리한다고 생각해서 깎았다. 아무리 길러도 수염이 잘 안 나더라"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10개 팀 감독 가운데 스트레스 없는 이가 어디 있을까만 지킬 게 많은 정규리그 1위 팀 감독은 하루하루가 쉽지 않다.
전날 LG전에서 0-2로 끌려가다가 9회 터진 김도영의 1타점 2루타와 나성범의 역전 결승 2점 홈런으로 3-2 승리를 따낸 이 감독은 힘겨운 경기였다고 복기했다.
이 감독은 8회말 오지환 타석에서 나온 체크 스윙 때 주심이 스윙이 아닌 것으로 판정하자 거세게 항의했다.
이 감독은 "심판분들도 정확하게 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저희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 판단 하나에 투수 이준영 선수가 공 10개를 더 던졌다"면서 "전혀 노 스윙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나가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팀 자체가 워낙 안 풀리고 있어서 머리가 복잡한 상황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고 돌아봤다.
8회말 수비를 앞두고 주전 유격수 박찬호를 빼고 홍종표를 투입한 이유도 설명했다.
이 감독은 "선수는 치고 나면 빠르게 최선을 다해 뛰고, 상황에 맞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전에도 그렇고, 안타가 안 나왔을 때 반성할 부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판단했다. 우리 선수한테 주는 메시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찬호 선수와 따로 '플레이는 확실하게 끝까지 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상황이라 오히려 선수한테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