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강철(57) kt wiz 감독은 팀의 반등 요인에 관한 질문에 답할 때마다 외야수 김민혁(27)의 활약을 거론한다.
2023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kt의 4번째 외야수'였던 김민혁은 올 시즌 '주전 외야수'로 도약했다.
타율 0.307(16일 현재)로 kt 타자 중 가장 높고, 이 부문 전체 8위를 달린다.
16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민혁은 "감독님께서 공개적으로 칭찬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아직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전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는 "확실한 주전으로 도약하려면 꾸준히 성적을 내야 한다"며 "7∼8월에 좋은 성적을 냈는데, 9월과 10월에도 이 성적을 유지해서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주전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덧붙였다.
kt는 시즌 초 '부상 도미노'에 시달렸다.
배정대가 3월 26일 시범경기 중 왼쪽 손등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해 외야진에 공백도 생겼다.
김민혁은 "배정대가 다쳐 시즌 초에 많은 기회를 얻었다"며 "정대가 돌아오기 전까지 공백을 최대한 메우고 싶었다. 정대가 돌아올 때 자리를 내주더라도, 후회 없는 두 달을 보내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배정대가 자리를 비운 4월과 5월, 김민혁은 타율 0.311로 활약했다.
6월 1일 배정대가 돌아왔고, 이강철 감독은 '배정대와 김민혁의 공존'을 택했다.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 조용호가 주전 자리를 내놨고, kt는 앤서니 알포드, 배정대, 김민혁으로 외야진을 꾸렸다.
김민혁은 "조용호 선배는 정말 좋은 외야수다. 지금은 내가 기회를 얻고 있지만, 확실한 내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자세를 낮추며 "지금도 하루하루 라인업을 확인하고, 선발 명단에 내 이름에 있으면 고마운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한다"고 했다.
그는 자꾸 손사래를 쳤지만, 올 시즌 김민혁은 '수준급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7∼8월에는 타율 0.347을 찍어 이 기간 타율 4위에 올랐다.
김민혁은 "7∼8월 성적에는 나도 만족한다"고 씩 웃으면서도 "이 성적을 유지하는 게 지금 내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9월과 10월에도 이런 성적을 내면 내년에는 더 큰 자신 있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김민혁이 타율을 끌어올린 7월과 8월에 kt의 승률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6월 30일 kt는 31승 37패 2무(승률 0.456)로 7위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7∼8월에 24승 8패(승률 0.750)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올리며 중간 순위 3위까지 올라섰다.
2위 SSG 랜더스와도 격차는 1게임에 불과하다.
김민혁은 "마침 팀 성적과 내 개인 성적 그래프가 맞아떨어지긴 했지만, 내 역할이 아주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박병호·박경수 선배 등이 중심을 잡아 주셨다. '부담감은 우리가 짊어질 테니, 너희들은 그라운드에서 제 기량만 발휘하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나는 kt 창단 멤버(2014년 입단, kt는 2015년부터 1군 합류)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우리 팀의 분위기를 유한준 현 코치님 등 베테랑들이 확 바꿨다"며 "이제 내 또래들이 선배들을 도와야 한다"고 책임감도 드러냈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kt는 가을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이다.
kt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2021년, 김민혁은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 타석만 섰다.
올해 kt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김민혁의 역할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김민혁은 "아직 가을을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가끔 포스트시즌에서 뛰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