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한때 '천재 유격수'로 불렸던 두산 베어스 원클럽맨 김재호(38)가 돌아왔다.
김재호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0-0으로 맞선 5회말 2사 2, 3루에서 2타점 결승 2루타를 날렸다.
덕분에 두산은 4-1 승리를 거두고 11연승 뒤 침체기(5승 14패)에서 벗어날 발판을 마련했다.
어느덧 현역 생활 마침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나이인 김재호에게도 의미 있는 날이었었다.
이날은 김재호가 데뷔 후 1천700번째로 출장한 날이었다. KBO리그 역대 41번째 기록이다.
2004년 두산에 입단한 김재호는 백업 내야수로 전전하다 2014년부터 주전 기회를 얻어 2015년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받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2016년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두산의 역대 한 시즌 최다승(93승)으로 정규시즌을 제패했고 한국시리즈 2연패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기량 쇠퇴를 피할 수 없었다.
고질적인 어깨 부상까지 겹쳐 2021년 89경기 타율 0.209, 2022년 102경기 타율 0.215에 그쳤다.
2021시즌을 앞두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계약(3년간 25억원)을 했던 터라 팬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김재호는 현역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는 올해를 앞선 2년처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재호는 "작년 말부터 내년(2023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며 "부상 때문에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자는 마음으로 캠프에 임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두산이 '포스트 김재호'를 찾기 위해 이유찬, 안재석 등에게 출전 기회를 주면서 김재호는 좀처럼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
김재호는 "감독님 마음도 당연히 이해한다. 그래도 경기를 많이 못 나가니 선수로서는 많이 힘들었다"면서 "'기회가 왔을 때 결과를 내야 1년을 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결국 올 시즌 55경기 타율 0.318(132타수 42안타) 18타점으로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재호는 "팬들이 '이제 (김재호가) 돌아왔다'고 얘기해주시니까 기분이 되게 좋다"며 "요즘 야구하면서 그동안 못 느꼈었던 행복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
현역 연장에 대한 생각을 묻자 "최선을 다하면 구단에서 결정해주실 문제"라고 짧게 답했다.